새 정부가 출범했다. 탄핵이라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는 점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와 같지만, 사회·경제 측면에서는 사뭇 다르게 체감되고 있다. 경제침체, 인구 성장세 둔화와 고령화의 국내 문제에 더하여 저성장 함정에 빠진 세계경제와 미·중 냉전 확산으로 인한 대외여건 악화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경제는 대안정기(The Great Moderation)를 지나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어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한 때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시장도 끊임없이 이슈를 낳고 있다. 우선 반복되는 주택가격 상승과 이로 인해 커지는 가격 격차가 문제다. 정부는 늘 신속하게 수요를 억제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지역간 격차는 더 벌어져 있었다. 국민의 피로감도 쌓이고, 그만큼 실망과 자괴감도 커졌다. 지역 격차의 원인은 성장과 집중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주택부족 문제를 겪었고, 대량공급을 통해 잘 해결해 왔다. 그러나 주택의 양적 부족 상태가 크게 완화된 2008년 이후 일부 지역에서의 주택가격은 끊임없이 요동쳤다. 가격 상승 기대감과 정부 정책 결과에 대한 학습효과로 수요는 늘 되살아났다. 서울 외곽지역의 신도시를 통한 대량공급의 수요분산효과는 미미하였고, 서울 외곽으로의 집중을 유도하는 부작용을 만들었다.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의 안정화 공식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주택공급의 제도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제도의 근간인 청약과 선분양은 분양시장을 전제로 한다. 서울 외곽에 집중되는 공급으로는 수요 집중 지역과 일치하지 않아 가격 안정화 효과는 제한적이다. 기존 공급방식 효과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반대로 지속되는 신도시 건설정책 속에서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욕구만 커졌다. 결과적으로는 정비사업 활성화가 수요집중과 가격 격차에 대한 적절한 답안이지만 중첩된 각종 규제와 공공성에 대한 강한 사회적 요구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외곽 중심의 공급정책에 올인한 선택이 오히려 가격 격차를 부추긴 셈이다.
공급제도 정비도 고민해야 한다. 시장 안정화의 긍정적 선순환 효과를 보였던 선분양제도는 분양시장 역할 체감으로 정책적 함의를 갖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건설원가 상승이 한 예이다. 청약통장은 분양권을 전제로 존재하며, 가입자들은 분양 프리미엄의 편익을 추구한다. 만약 이것이 없어지면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고 통장 해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거주희망 지역에 신규 물량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청약 메리트는 없어진다. 청약통장 예금이 줄면 주택도시기금 기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인구 성장세 둔화와 인구 집중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청약통장 메리트는 이제 매력적이지 않다. 어쩌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분양권’을 정의해야 할지 모른다.
주거재생은 지역 주택수요 맞춤형 공급 기반에 적합하지만, 용적률 확대 등 충분한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완의 3기 신도시와 착수 미정 상태의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고밀도 공간에 대한 규제 완화는 단기 가격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어, 득과 실이 공존한다.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새로운 틀에서 도시재생이 다루어져야 주거재생도 파생될 수 있다. 여기에 제로에너지와 그린리모델링 등 환경친화적인 공간정책도 보완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투자가 선행되므로 주택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사회적 니즈가 투자 흐름을 창출하게 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는 피할 수 없는 공식이다. 늘 그랬지만 정부는 가격 안정화와 재생을 통한 주거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 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지금 한 발을 어느 방향으로 얼마만큼 띨지는 이어지는 모든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다. 당장 앞에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멀리 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임계점에서의 흐름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속적 성장을 위해 AI 등 첨단산업 준비도 중요하다. 인구 문제도 풀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들과 밀접하게 연계된 주택과 공간도 똑같이 중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복잡한 주택공급 방정식에 대해 현명한 답안을 도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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