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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 건설, '전환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하자 / 김형렬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객원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5-11-03 조회수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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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Deepwater Horizon(2016)’은 멕시코만 원유 시추선 폭발을 다룬 작품이다. 경고 신호를 무시한 끝에 찾아온 참사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경고가 반복될수록 책임은 더 커진다.” 이는 결코 스크린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한국 건설현장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수없이 울리고 있다. 대통령이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은 입찰 자격을 영구 박탈하라”고 지시했지만, 사고는 줄지 않고 규제만 늘어가고 있다. 지금 건설업계는 사면초가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다. 산업 구조를 뒤흔드는 구조적 위기다. 공공 발주는 여전히 최저가 경쟁의 덫에 갇혀 품질 저하와 인력 이탈을 부추기고, 규제는 처벌 위주로만 작동해 기업의 리스크를 키운다. 반면 세계 시장은 이미 ESG, 스마트 건설, 금융 융합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만 원가 절감에 매달리다 경쟁력을 잃고 있다. 근본적 전환 없이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이 전환의 출발점은 안전에 대한 리더십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매년 400명 안팎에서 줄지 않고, 2025년 상반기에도 전체 287명 중 138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일본 오바야시(Obayashi Corporation)는 IoT 안전 시스템으로 사고율을 낮췄고, 싱가포르는 BIM·DfMA 의무화로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5년간 안전 투자비를 대폭 늘리고 점검 체계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재해율은 여전히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제는 단순한 비용 투입을 넘어, 제도와 현장 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장벽이 아니라, 안전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신호다.


  다음은 기술 혁신의 결단이다. BIM, 모듈러, 로보틱스, 3D 프린팅은 이미 실용 단계에 들어섰다. 맥킨지의 2023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모듈러 공법은 공사 기간을 20~50% 단축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BIM 의무화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은 친환경·스마트 시공 관리로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위를 기록했다. 기술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이다. 혁신을 외면하는 기업은 결국 글로벌 무대에서 도태된다.


  또한 ESG와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국제 발주시장은 이제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탄소 저감 실적과 친환경 인증을 기본 조건으로 요구한다. 스페인 악시오나(Acciona)는 재생에너지 투자와 친환경 인프라 확대 전략으로 글로벌 발주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가 빗물 재이용, 수열에너지 활용, 제로에너지 건축 실증 등을 통해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ESG는 규제가 아니라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무기이며, 이를 선도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무대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여기에 인재 확보와 조직 문화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청년 세대의 건설업 기피는 심각하며, 이대로라면 10년 뒤 현장은 더 비어갈 것이다. 영국 아럽(Arup)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젊은 인재 유치에 성과를 내고 있고, 미국 벡텔(Bechtel)도 유연 근무제를 도입해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 건설 전문대학원과 연구기관이 잇따라 출범해 운영을 시작했으며, 향후 산업 현장에 필요한 전문 인재를 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영자의 결단과 지원이 있을 때 비로소 건설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관리의 리더십’이 아니라, ‘전환의 리더십’이다. 위기를 관리하는 자세가 아니라, 변화를 설계하는 리더의 결단이 필요하다.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 현대건설은 이라크에서 30억 달러 규모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수주하며 중동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삼성물산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함께 카타르에서 5조 원대 담수·발전 투자개발형 민관협력(PPP) 사업을 수주하며, 단순 시공을 넘어 투자와 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 역량을 입증했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초대형 인프라 수요가 활발하다. 국내 규제와 침체에 갇히지 말고, 글로벌 무대로 과감히 나아가야 한다.


  위와 같은 전략들이 추진된다면, 한국 건설 산업은 전혀 다른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기본 토대가 되고, 기술 혁신은 세계 발주처가 한국을 선택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ESG는 수주 경쟁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젊은 인재는 떠나는 것이 아니라 모여드는 산업으로 바뀐다. 그때 한국 건설사는 해외 초대형 인프라 시장에서 발주처가 먼저 찾아 나서는 파트너로 등장하며, 세계 무대의 중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게 된다.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격동의 시대의 가장 큰 위험은 변화 자체가 아니라 어제의 논리로 행동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 건설이 바로 그 기로에 서 있다. 안전, 기술, ESG, 인재, 글로벌이라는 핵심 축이 맞물릴 때, 그것이 곧 우리가 세계에 제시할 ‘K-Construcction Model’이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현장에서부터 과감히 길을 열어갈 때, 대한민국 건설은 위기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세계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 이제 그 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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