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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보혁명의 3세대, AI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5-11-28 조회수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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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면서 ‘라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50년 전 사우디 아라비아 해군기지 건설공사에 선발대로 나갔습니다. 국내 현장과 다른 점들이 많았는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몇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처음 현장에 나가니 30톤이 넘는 벤츠 덤프트럭에서 모래를 내리는데 마치 작은 산을 하나 쏟아내는 것 같았습니다. 국내에서 6톤 트럭만 보다 갔으니 그런 느낌이 들었겠지요. 인근 현장에서는 일본건설회사가 배 한 척에 항타기 6대를 장착하고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현장용 소형 승용차도 일본 제품을 타고 다녔는데, 일본건설회사는 항타선을 본국에서 제작해다 쓰고 있었던 겁니다. 그때의 부러움과 씁쓸함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저는 글로벌 스탠다드라 할 수 있는 미 공병단이나 벡텔이 사업관리를 하는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그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사업관리 매뉴얼 등을 빌려다 복사를 해 갖고 다니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국내와 해외에서 설계와 시공 경험을 두루 쌓았습니다. 그런 경험으로 국내에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의 사업관리(CM)를 해야 한다고 수많은 글로 주장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의 반도체, 자동차, 군수, 조선 분야 등은 세계 선두 그룹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에 비하여 건설분야는 국내 H건설회사가 금년도 ENR 해외건설분야 통계에서 처음 세계10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반도체 등 다른 산업은 완전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어져 있지만, 건설분야만은 국내와 해외의 사업관리 체계가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현장 실용적이어야 할 CM이 학교와 연구소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들이 현장에 도움이 되는 주제를 찾아 연구하느라 애쓰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줄 발주처나 건설회사가 없습니다. 이렇게 수요가 없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CM이 가시적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내에서도 해외처럼 당당히 기술로 경쟁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간 시행되었던 입찰제도와 사업관리제도 등이 국민의 눈높이에 못 미쳐서 국민들의 건설에 대한 믿음을 많이 잃었습니다. 시장의 질서를 잡기 위해 여러가지 입찰방법을 시도하던 정부가 사회적 물의에서 벗어난 것은 공사비를 완전히 장악하고 난 뒤입니다. 지금 신문에는 정부가 공사비, 공기, 현장간접비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면 건설시장이 다시 정상화될 것처럼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저는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기술 경쟁이 없는 시장은 그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건설경기가 장기간 침체되고 적자 운영이 계속됨에 따라 도산하는 회사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원가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대로 믿어주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음 선거에서 낙선될 것을 각오하고 건설공사비를 자율화하자고 주장할 국회의원도 있을 리 없습니다. 대형건설회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건설회사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주택사업에 치중했으나, 그마저 원가와 안전 문제로 지금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할 처지입니다. 금년도 해외건설 수주도 십여 년 만에 목표치 5백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체코의 원전 수주를 빼면 예년과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법이 과거처리형이라면 기술은 미래발굴형입니다. 법치를 하되 기술이 맡을 영역은 기술인들에게 돌려주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법을 이길 기술인은 없습니다. 그러나 기술을 버리면 법도 쓸모가 없습니다.


인공지능(AI)은 컴퓨터, 인터넷에 이은 정보혁명의 3세대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혁명이란 인류 진화 차원에서 문명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입니다. 인지혁명에서 산업혁명까지는 7만년이 걸렸지만, 애플컴퓨터가 AI 시대를 연 것은 불과 50년 전입니다. AI는 3년전부터 실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한 눈을 팔면 경쟁에서 뒤지는 숨막히는 기술혁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6년 전 4센트로 출발한 그래픽기술회사 엔디비아의 주가는 지금 500배가 오른 반면, 세계 1위 건설회사 프랑스 방시의 주가는 11배 올랐습니다. 혁명(revolution)과 개선(improvement)의 차이입니다. 


그러나 건설분야도 이미 기존의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토목건〮축플〮랜트의 협업이 아니라, 다른 기술과 산업의 융합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가 수주와 안전 과민증, 아날로그식 사업관리, 판에 박은 듯한 국토부의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 보도자료에 눈을 맞출 때가 아닙니다. 미국과 유럽의 건설회사들이 정보기술을 어떻게 활용하여 사업화하고 있는지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크게 보고 멀리 보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그러나 AI의 파급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어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는 도움을 주는 역할일 뿐 주체는 시장입니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바라듯, 정부 예산과 설계단가에 목을 매는 산업에는 궁핍만이 기다릴 뿐입니다. 그걸 깨닫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계획은 신중하되 실천은 과감해야 합니다. 


한건협 회원사 대표 여러분, 올해 사업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도 좋은 사업 기회가 많이 열려 풍요로운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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