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더 이상 IT 기반 혹은 특정 산업의 영역이 아니다.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에 이어, 최근 로봇·중장비·센서 기술과 결합한 ‘피지컬 AI(physical AI)’가 산업 현장에 빠르게 침투되는 중이다. 제조업과 물류, 에너지 분야에서는 이미 AI 기반 자동화가 생산성 향상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러한 흐름은 건설업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
올해 CES에서 확인된 기술 변화 트렌드가 분명해졌다. 거품론에 휩싸인 디지털 AI에 새로운 조짐이 나타났다. AI가 더 이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고 제어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건설의 오랜 난제였던 현장 생산성 문제와 직결된 변화다. 건설에 AI 도입은 여전히 본사 행정, 공정 관리, 안전 관리 등 ‘프로세스 중심’에 머물러 있으며, 시공(work) 전반을 대체할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배경에 건설산업 특유의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건설 프로젝트는 단품 생산이 지배적이고, 공종(commodity) 수가 2천개 이상으로 다양하다. 설계·시공 분리, 생산 구조의 다층성, 생산자와 공급자 분절은 AI 기술의 범용 적용을 어렵게 만든다. AI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 방식에 변화 없이는 전환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2018년 국토부가 발표한 스마트건설 기술 로드맵은 이러한 전환의 출발점이었다. 생성형 AI와 피지컬 AI의 개념이 본격화 되기 전이었다. 설계 자동화, 건설 현장의 공장화, 스마트 중장비, 원격 제어 기술 등 현재 논의되는 핵심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상용 AI가 등장한 2022년 이후였다면 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스마트시티’라는 용어가 ‘AI 시티’로 빠르게 대체되는 흐름은, 건설 기술 패러다임이 재정립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변화는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건설 인력 부족 문제는 선진국 모두의 공통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건설 현장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이미 50세를 넘어섰고, 숙련 기능 인력의 은퇴 속도는 신규 유입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의 구조적 변화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변수다. 외국인 근로자 활용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기반 생산 구조 혁신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접근 방식이다. 탈 현장 시공 현장(OSC), 모듈러와 로봇 시공, 원격·무인 중장비 등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개별 기업이나 단일 현장이 이를 독자적으로 도입하기에 초기 투자 비용과 매몰 비용을 홀로 감당하기 불가능하다. 프로젝트 단위 수주 구조에서 장기 설비 투자는 재무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기술 도입이 시범 사업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테스트 베드에서 벗어나려면 혁신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안이 바로 ‘플랫폼 기반 생산 구조’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쥬베일산업항 건설 당시, 국내 조선소에서 제작한 대형 구조물을 해상 운송을 통해 설치한 사례가 대표적인 플랫폼 Biz 모델이었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역시 동일한 논리로 작동된다. 모든 현장이 공장을 따로 짓지 않고, 제작 거점에서 생산한 부재를 공급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비용과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듈러 건설이 공동주택과 반복형 시설에서 특히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확산이 더딘 이유는, 개별 기업이 감당해야 할 선투자 부담 때문이다. 정책 인센티브만으로는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다수의 발주자와 시공사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작·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산업에서 공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생산 플랫폼은 개별 프로젝트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기술 축적과 고도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AI가 숙련 기술자를 대체하는 만능 해결사가 아닌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AI는 결국 사람이 활용하는 도구이며, 그 성과는 입력되는 주문 수준과 데이터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 컴퓨터 도입 초기 ‘garbage in, garbage out(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이라는 교훈을 얻었듯, AI 역시 현장 경험과 검증된 기술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완성도 높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지식 역량은 기술자의 경험 축적을 재구조화하고, 이를 AI와 접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동원되어야 한다. 단기간에 양성될 수 없는 지식 자산이다. 기업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만, 장기적으로 신입 사원이 현장 실무 경험과 지식 축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설계와 시공 모두에 해당하는 핵심 이슈다. 숙련 기술자 혹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개인 주관적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AI 시대 건설의 경쟁력은 개별 기술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생산 구조 혁신과 인재 양성 전략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기술과 사람이 결합 되는 지점에 건설산업과 기업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 분명하다. 외부에 기업체의 미래를 맡겨 두기보다 원하는 미래를 창조해 가야 하는 게 당장의 현실이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외부 자원을 필요에 따라 수시로 활용 가능한 거점 플랫폼 Biz 생태계를 건설에서 원하는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협력 체계 구축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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