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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도 안에서 인도를 봐야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17-04-28 조회수 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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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코끼리라 불렸던 인도가 최근에 달리는 사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20145월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총리가 인도 경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연 평균 성장률 7%를 넘고 있다. 금년에도 7% 이상 성장 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인도는 남한 면적의 33배 이상이고 GDP4.3배나 큰 거대 시장이다. 대부분의 국내 건설업체들은 3~4년 전에 인도를 떠났다. 사업 절차와 인허가 단계가 복잡 할 뿐만 아니라 부패가 심해 회사의 컴플라언스를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년 전의 인도 현지 사정을 고려하면 모험심이 없다면 철수가 답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611월 모디 총리는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5001000루피 지폐를 바꿨다. 구 화폐 사용을 중지시키고 신 화폐만 사용하도록 했다. 현금 유통에서 86%가 고액권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1%에 해당하는 부자 집단이 반발했다. 참고로 인도는 상위 부자 1%가 국가 전체 부의 70% 이상을 차지 할 만큼 빈부차가 극심하다. 모디 총리는 금년 3월초에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모디노믹스가 힘을 받고 경제 혁신이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모디노믹스에 담긴 인프라 정책에는 2021년까지 스마트시티 100개 건설, 전력과 통신, 도로와 철도인프라가 우선순위로 포함되어 있다.

인도 경제가 성장 궤도에 진입했고 또 정치적 안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조짐이 보이자 세계 각국에서 뉴델리와 뭄바이로 몰려들고 있다. 뭄바이 도심지의 경우 30평형대 아파트의 월 임대료가 5백만원을 넘었다.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현상이다. 13억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어 인프라 수용 한계선을 넘었다. 하루에 몰려드는 인구수가 매일 속초 규모의 시를 만든다. 1년이면 인구 천만명의 서울과 같은 규모의 도시가 3개씩 만들어 지는 셈이다. 스마트시티 100개를 건설하겠다는 배경에는 도시인프라 확충과 함께 서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속셈이 깔려져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국가별로 비교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인도의 인프라 충족도는 남한의 67.5%. 그러나 현실은 이보다 훨씬 더 떨어진다. 일인당 전력 사용량은 한국의 1/5수준이다. 뭄바이에서 차로 30km 이동하는 데 2시간 소요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도시의 생활폐수가 그대로 방류되어 길거리와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인도를 탈출했고 또 지금도 기피하는 경향이 높은 것은 인도 시장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자리잡고 있다. 가장 큰 오해는 인도식(India)이 없다는 것이다. 없기 때문에 복잡하고 인·허가 단계마다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도에 인도식은 없고 현지식(local/district)만 있다. 29개 주와 7개 직할시마다 독특한 사업과 인허가 절차가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생긴 오해다. 인도가 차세대 중국시장이라는 주장도 오해다. 인도는 처음부터 인도시장이다. 중국시장은 알면 빨리 빠져 나와라는 것이 일본기업의 불문율이다. 인도는 알수록 사업 할 기회가 만들어진다. 그 만큼 인도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밖이 아닌 인도 안에서 시장을 보라는 말이다. 또 다른 오해는 인도와 인도인은 수시로 말을 바꾸기 때문에 신뢰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도는 컨설팅 문화가 발달해 있고 또 협상이 생활화되어 있는 나라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까지 말과 태도를 돌변하는 것은 인도인들만이 받아들이는 협상 문화라고 한다. 그러나 계약서에 서명이 되는 순간 돌변 현상은 크게 줄어든다. 영국식이다. 이런 문화를 이해한다면 돌변 문화를 계약에 서명하는 절차로 이해하는 게 접근 방법이다.
 

인도에는 선거로 선출된 기관장과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부기관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출직은 대체적으로 민원과 인허가 등 내치를 전담한다. 임명직이 중앙정부와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경제 정책, 그리고 외부기관과의 접촉이 잦다고 한다. 대체로 임명직은 우리의 고시제도와 유사한 ‘IAS’라는 독특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IAS는 테크노크라트로 지식이 풍부하고 또 인도 사회에서 인정받는 공무원들이다. 대부분의 인프라 개발도 IAS가 주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인도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4.3배 이상 크다고는 하지만 일인당 연소득은 우리의 6%에 불과하다. 자체 재정 여력으로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힘들다. 모디총리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거대 인프라 구축 사업은 ppp방식으로 진행 될 수밖에 없다. 모디와 인도는 한국 경제와 인프라를 우리가 인도를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는 이유다. 인도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인도를 알아가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지법인 설립을 강권하는 게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 국내 공관장 의견이다.
 

인도 시장은 AIIB를 제외한 다국적은행(MDBs) 자금을 시드머니로 하고 국내 공적 자금도 지분에 참여시켜 투자사업의 신용도를 높여 금융조달비용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중국과 인도는 아시아패권을 놓고 서로 견제하는 사이다. 중국이 야심차게 전개하고 있는 일대일로에서 인도는 약화시키고 국경을 두고 있는 파키스탄과 네팔, 방글라데시는 강화시켰다. 인도가 중국의 의도를 충분히 읽고 있다고 본다. 틈새를 오히려 역이용하여 MDBs 시드머니를 확대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도 시장은 밖에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시장 개발은 밖이 아닌 인도 안에서 현지 식을 빨리 파악해야 실패 가능성이 낮다. 인도 시장은 단타성인 개별 프로젝트보다 인도 현지업체와 함께 하는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한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도 3년 이내에 끝날 것이라는 현지 공관장의 언급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인도가 한국에 요구하는 수준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크고 범위가 넓다. 국가와 공기업, 금융기관, 그리고 산업체가 선단을 만들어 진출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인프라가 열악한 만큼 시장이 그 만큼 크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어떤 선택이 필요한 것인지의 판단은 기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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