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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혼이 머무는 집 / 박 철 시인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19-03-05 조회수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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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이 책방 뿐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라지는 만큼 채워지는 일이 또한 세상의 순리여서 잠시 그런가? 하고 한번 되짚다가 곧 잊곤 합니다. 보이는 책방이 사라진 것이지 꼭 책을 구입하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니까요. 책방은 책이 사는 집인데 책방이 사라져도 책의 출간은 늘고 있습니다. 어제 신년인사차 모인 고향사람들과의 자리에서도 우연히 책 얘기가 나왔습니다. 대형서점의 문학 코너 규모가 갈수록 작아진다는 말에 모두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그 정도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려는 시인이나 작가 지망생은 해마다 늘어간다는 말에 일행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책의 출간이 늘고 문인의 수도 많아지는데 책의 판매는 나날이 줄어간다는 말에 더욱 놀라는 얼굴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늘고 준다는 말이 무색해집니다. 나는 이 모든 현상을 괜찮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혼란이나 상실만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책방의 수가 줄고 책이 안 팔린다는 것은 책을 쓰기가 어렵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소비가 주니 생산이 어려운 법이지요. 가끔 어울리는 분 중에 가수 김창완 씨가 있습니다. 방송에서 보는 언행처럼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이가 나에게 한번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박 시인은 민속촌의 대장장이 같은 사람이네. 그리곤 덧붙여 이런 말도 했습니다. 민속촌 대장장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허튼 자리가 아니야.

 

괜찮다고 말했지만 아주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오년 전 호주 내륙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웃백이라는 불모지 탐험이었습니다. 직선도로를 하루 종일 달려도 다시 길은 외줄기였습니다. 가다가 해가 저물어 어느 농장 외딴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사방에 언덕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별들이 그렇게 많은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과장하면 어둠보다 별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어린 날 내가 자란 김포에서 사라진 별들이, 어머니가 보았다는 황해도 연백평야의 별들이, 조상들의 눈빛에서도 빛났을 별들이 모두 거기와 있는 듯 했습니다.

기이하고 감탄스러운 것은 별들뿐이 아니었습니다. 별들 사이에 장강처럼 흐르는 은하수가 바로 눈 위에 펼쳐졌습니다. 나는 간이 의자 서너 개를 붙여 뜰에 나가 하늘을 향해 누었습니다. 그렇게 대지에 등을 대고 누워 있자니 우주를 양분 하여 사과씨처럼 내가 박혀 있는 듯 했습니다. 광활하고 투명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눈가가 젖어 왔습니다. 우주의 신비와 이 모든 것을 창조하신 이의 정성에 감격했습니다.

그렇게 별들과 한 몸이 되어 한동안 넋을 놓고 있을 때 멀리서 별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착시거나 환영일지도 모른다고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나 별은 다시 고요하게 천천히 동쪽 하늘 끝에서 서쪽 하늘을 향해 진행 중이었습니다. 저렇게 천천히 소멸하는 별똥별도 있구나. 우주 밖 유성이 그렇게 뚜렷이 보일 리는 없었습니다. 별이 점점 더 내게로 다가오더니 이내 멀어져 갔습니다. 그때 내가 받은 충격은 바로 전 은하수를 바라보며 느낀 충격과 같았습니다. 처음엔 광활한 우주만큼이나 신비롭던 충격이 시간이 지나며 우주의 신비를 넘어서기 시작 했습니다.

그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알았습니다. 별을 창조하는 이는 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 전 내 머리 위를 스쳐간 또 하나의 별은 인간이 만든 비행기라는 문명의 별이었습니다. 나는 그 어둠과 초원 한가운데 비행기가 날아가리라곤 차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멀리 별빛 속에 흐르는 그 동체는 또 하나의 별과 너무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한 때의 착각이었으나 나는 그걸 그냥 인간이 만든 별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그 날 이후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를 창조하였다 하여도 우리는 당당히 우주의 주인이라 믿습니다.

나는 이 마음을 내가 처음 글을 쓰고자 했던 초심과 비교를 하곤 합니다.

나의 이런 생각은 단지 나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을 수상한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또한 그런 이였습니다. 필드상 수상 논문을 '히로나카의 전화번호부'라고 부릅니다. 수학사상 하나의 정리를 증명한 논문으로는 최장의 논문이라는 이 전화번호부 두 권 분량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인간에 대한 신의와 희망과 미래를 생각합니다. 나로선 단 한 줄도 읽어낼 수 없는 그 수학 공식들이 인간의 뇌와 정성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을 떠올리면 수시로 다가오는 이 삶의 실의는 부정되고 맙니다.

거리에서 책방이 사라지고, 책방에서 시집이 사라지고, 시 쓰는 일이 별을 따는 일보다, 별을 만드는 일보다 어렵다 해도 인간은 결국 해내고 말리라 믿습니다. 누군가는 외롭게 밤하늘을 밝혀야한다고 믿습니다. 그게 오늘의 나를 지키는 일이며 오래 전 나를 세운 일이기도 합니다.

책방이 책의 집이라면 책은 영혼의 집입니다. 그리고 영혼은 우리 모두가 머무는 불멸의 집이기도 하겠지요.

 


  

서울 출생. 단국대 국문과 졸업.

창비1987”김포1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에 김포행 막차” “밤거리의 갑과 을” “새의 전부” “너무 멀리 걸어왔다”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험준한 사랑” " 사랑을 쓰다" " 불을 지펴야겠다" "작은 산"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등이 있음. 13회 천상병시상, 12회 백석문학상 수상 18회 노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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