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건설사들의
전략기지가 되겠습니다.

KFCC 자료실

Global Market Explorer, Global Base Camp

KFCC 칼럼

Home > KFCC 자료실

제목 겨울의 한복판에 계시는 건설CEO님들께 /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전 동부건설 부회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19-08-07 조회수 223
파일첨부  



colum_201908.jpg

저는 평생을 건설기술인으로서 이 산업의 한 구석이나마 자리했었음을 큰 은혜와 복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회사 경영이라는게 얼마나 힘든 지 가닥은 좀 안다는 사람이 현직에 계신 분들께 뜬구름 같은 소리를 할 수도 없고, 조심해서 쓴다고 걱정만 키워드릴 수도 없어서 글쓰기를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뭐 하나라도 도움될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제목을 이렇게 달아서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장사하는 사람이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삽니다하면 돈 좀 번다는 소리이고, “죽겠습니다하면 돈이 덜 벌리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인심이고, 그 인심을 표로 가져가는 게 정치입니다. 건설 쪽으로 오면 이러한 인식의 벽은 더 높아집니다. 적정공사비 문제가 대표적인데, 공사비를 더 줘야 한다고 총대를 멜 국회의원이 많지 않은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세계시장에 나가서 돈을 벌어 오려면 국내 현장에서 글로벌 시스템으로 훈련이 되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이것도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지 별로 선거에 표가 안 된다는 속내도 읽혀집니다.

우리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걱정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변화보다는 지금에 안주해서 낙찰률이나 조금 더 올려달라고 읍소하는 사람이 다수 아닐까요. 한국건설산업을 이끄시는 한건협 회원사 대표님들은 어느 쪽에 서야 할지요. 변화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건설산업 안에도 정부, 학교, 설계사, 시공사가 서로 인식이 다르고, 정부에도 기재부, 산자부, 환경부, 국토부 등이 다 역할이 다르니 누군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명확치 않습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조직들이 모여서 일할 때 책임질 일은 서로 안 맡으려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현장에 한국인 기능인력이 부족한 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게다가 요즈음에는 노조가 힘이 세져서 더 힘들다고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습니다. 70%가 넘는 젊은이들이 대학교육을 받는 나라에서 자기 아들에게 현장에 가서 삽이나 망치를 들게 할 부모는 없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달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손으로 해야 할 일은 있는 것인데, 외국 기능인력을 적정하게 공급하는 것도 정부 차원에서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국민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걸 설득할 국회의원이 몇 분이나 되겠습니까.

매년 예산배정 때가 되면 건설을 환경이나 복지 등과 제로섬의 관계로 몰아 간 국회의원들이 많았습니다. 요즈음에는 건설과 인프라를 같은 것이라고 혼동하거나 오도하는 오피니언 리더들도 많습니다. 건설은 인프라라는 최종목적물을 만드는 과정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출산율 세계 최저인 우리 젊은이들을 헬조선으로부터 구하려면, 세계인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케이컬쳐의 본 고장인 이 나라에 최첨단 인프라를 깔아주어야 한다는 믿음을 정치인들부터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인프라건설을 서두르는 목적이 당장의 일자리 만들기에 있는 것으로 홍보한다면 건설산업은 훗날 또 다시 국민들로부터 멀어질 것입니다.

금년에 정부가 발표한 인프라 건설 비용은 100조원이 넘습니다. 정부는 매우 의욕적인 숫자들을 쉬지 않고 쏟아냅니다. 그러나 차분히 들여다보면 지금 국내 건설시장의 리스크는 과거와 다른 이유로 많이 커져 있습니다. 사업리스크는 늘 있는 것이지만 지금의 리스크는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정치적, 사회적 리스크입니다. 정치와 행정과 시장 간의 괴리도 커져 있는 형국입니다.

재정의 모자라는 부분은 민간투자로 메우되 공공성도 지키라는 부총리 말씀을, 실무책임자들은 법대로 절차대로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상반기에 끝낸다던 예타면제사업 적정성검토는 18건 중 한 건도 시간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PIMAC이 바쁘다고 민간투자제안서 검토기관을 15개나 늘였지만, 총사업비 2천억원 이상의 사업은 여전히 PIMAC에서 다루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천억원 이하 인프라사업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인프라는 이미 충분하다는 기재부 실무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위 사업들이 제 일정대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근래 들어 정치권과 정부의 건설에 대한 인식이 수동적이나마 변하고 있음도 느껴집니다.

큰 파도가 닥치고 있음을 알면 당황하지 않을 것이고, 생각을 공유하면 어려움도 쉽게 넘을 수 있습니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회사경영의 기본은 이익창출입니다. 지금은 기본으로 돌아가 CEO께서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에 앞장 서셔야 할 때입니다. 지금 우리 건설산업은 겨울의 한복판에 있지만 봄은 어김없이 옵니다.

이전글  파괴적인 정책 조합으로 방향 잃은 주택정책 /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다음글  선진도시 도시개발 방향 / 최민성 델코리얼리티그룹 대표, ULI Korea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