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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택정책의 '명분과 실리'는 시장에서 찾아야 / 권주안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19-11-05 조회수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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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주거권을 강조하는 주거기본법을 공표하였다.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물론 주택의 물리적 관리, 양질의 주택 공급, 주택산업 발전, 주택시장 관리 등도 포함하지만 우선순위를 주면 주거비 지원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주거권을 정책의 중심에 놓는다면 앞 내용은 너무도 당연하며 이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출범 후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역선택을 하는 누를 범하고 말았다.

 

우선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보자. 정책 목적 상 뉴딜사업은 가장 필요한 지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 집중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을 시장 과열이라 낙인을 찍어 재생사업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재생이 가장 필요한 지역을 누락시켜, 뉴딜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최근까지 서울 등 도시지역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이는 주거공간 수요의 상대적 밀도를 높이고, 가격 상승 압박으로 이어진다. 가격 상승은 뉴딜사업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시그널인데 이를 무시해버렸다. 정책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주택가격 상승을 안정시킬 수도 없고, 주거권 확보도 기대할 수 없다. 적절하지 않은 감정적 대응으로 역선택한 결과, 주택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도 아쉽다. 가계부채를 완화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지만, 동시에 저금리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가 낮으면 당연히 대출수요는 증가하기 마련인데, 대출수요 증가 압박을 규제로 억지로 막고 있다. 저금리에선 전세가격이 상승한다. 대출이 막혀 내집마련이 어려워지고, 전세수요 강세가 유지되고, 저금리로 전세가격 마저 상승한다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만 커질 뿐이다. 그렇다고 주택가격이 충분히 안정되었는가? 그렇지도 못하다.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둔화됐을 뿐 감소하지 않았다. 신규 주택이 계속 공급되고 재고주택시장에서 매매거래가 지속되는 한 담보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신용대출 증가도 마찬가지다.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것은 단기적 효과만 있을 뿐, 경제와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을 순 없다. 강제로 막은 것은 언젠가 다른 출구를 통해 분출되어 시장 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정책은 시장이라는 매개를 통해 발현되고 전달된다. 시장을 보호하고 진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시장을 살리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치유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정책에게 시장은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시장을 개선하기 보다 강하게 억제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시장은 지역적으로는 지속적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거래 실종 등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려고 했던 가격 안정은 놓치고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저해한 것이다.

 

정권은 출범하면서 통치 철학을 만든다. 그리고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정책을 수행한다. 정책을 만들면서 누구도 실패하길 바라지 않지만 몇몇 정책들은 기대만큼 효과를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산이 아니면 다른 산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책 실패는 곧바로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남는다. 정책 결정엔 책임이 따른다. 국민의 부담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면, 결과는 정의롭다라는 언약은 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그리고 효과를 기준으로 정의여부를 판단한다면, 기회와 과정 모두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택가격은 충분히 안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시장은 많은 부작용과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다. 시장에 대한 진실한 고려가 없는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부는 순진한 아집해묵은 감정을 선택했고 우리는 명분과 실리라는 국민의 정당한 몫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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