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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전, 건설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유일한 길 /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0-03-05 조회수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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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분야가 건설생산 전반에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산업이 당면한 작금의 구조적 문제들을 살펴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부적격 외국인 근로자 문제, 타워크레인 운전원의 월례비, 짝퉁 장비의 유통, 노동자 조직의 부당한 공사개입, 자재 파동,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경직된 주52시간 근무제도, 감리자격과 인원의 적정성, 건설현장 기술자의 과도한 비정규직화와 인원 축소로 인한 업무 과중, 실효성이 미흡한 집체교육 방식의 건설기술자 교육제도, 신뢰할 수 없는 산재통계와 투명한 산재보고에 따른 불이익, 건설사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근본적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총사업비관리 제도, 국가법과 지방법 등 시장원리를 무시한 운찰식 입낙찰 제도 등 업계의 안전한 공사수행에 장애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건설업계의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는데 정부의 안전정책은 징벌적 벌칙강화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벌칙 강화를 통해서 해소될 요인들도 있겠지만, 안전과 관련한 문제들은 기업에 대한 처벌 보다 선결되어야 할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되고, 이러한 문제들의 공통된 특징은 개별 건설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과제라는 점이다.

건설기업의 경영자들도 시위와 반발로 경영상의 불편을 해결하려 드는 과거의 떼법식 관행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원리와 원칙, 그리고 논리로 정부 정책을 분석하여 더 높은 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저차원의 관행은 산업의 무책임과 무능함만을 강조해 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부실방지와 사고예방 뿐만 아니라 건설산업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서라도 패러다임의 전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향후의 사회적 정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부실이나 사고는 용납되기 어렵다. 결국 건설기업의 입장에서는 안전과 같은 사회적 책임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개별 기업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국가의 책임으로 해결하도록 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안함과 동시에 당당하고 강력하게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경영의 제1원칙인 책임의 명확화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오리려 벌칙 강화를 건설업 경영상의 애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아직 못하고 있는 일들은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수 있도록 원칙을 기본으로 한 전략적인 접근이 있기를 기대한다. 건설산업이 사회의 신뢰를 받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책임질 것은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는 정의로운 건설업이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건설기업의 경영자가 연대하여 정부가 이행하지 않을 수 없는 원칙에 입각한 대안을 연구하여 요구하고 이를 정부도 함께 이행해주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개별 건설기업의 경영자 혼자서는 불가능하며 전문연구진을 구성하여 정부 대책의 깊이를 뛰어넘는 해결책을 강구하여 제시하고 집요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안전리더십을 통한 안전문화의 창출이 바로 기업의 성과임이 증명되고 있다. 탁월한 기업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경영자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는 안전리더십이다. 911사태에서 직원과 고객의 목숨을 구한 모건스탠리사의 사례나 알코아의 폴 오닐이 안전 하나로 위기의 기업을 5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회사로 성장시키고 자신의 퇴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안전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만들었듯이, 안전은 사회적 책무 이전에 탁월한 조직의 전제조건으로서 경영성과를 선도한다는 신념이 필요한 시기이다.

괘씸죄가 가장 중대한 죄가 되고 불편한 진실이 소통되기 어려운 우리 문화는 사회적으로나 기업 측면에서 안전을 저해하는 최대의 적이다.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직접 건의하기가 부담스럽다면 학회와 같은 제3자적 연구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제도와 정책의 수용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책과제를 제시함으로써 건설산업의 앞길을 열어가야 한다. 이 같은 접근은 건설기업 경영자들의 연대로서만 가능하며, 더 늦기 전에 함께 나서주길 기대한다. 이제 밥그릇의 크기를 따지기 전에 안에 들어 있는 음식이 양질인가부터 따져야 할 때이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업계 차원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한건협과 같은 상위 건설사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제 불량 발주자가 제시안 불량 음식은 사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건설산업의 인프라를 건강하게 함으로써 원청사로서 불필요하고 부당한 부담을 털어내는 올바른 길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기왕에 벌칙을 강화한다면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도록 확실하게 강화하여 건설업의 불공정한 관행과 장애가 일거에 제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처럼 수많은 장애요인을 계속 감당하고 가기보다는 차라리 강력한 홍역을 치름으로써 업계 스스로가 극복하기 어려운 산적한 장애를 청산하고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건설업계가 불합리한 관행을 먼저 시정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기업의 경영자는 제도가 영업에 영향을 미칠 때 효과가 있었으며, 대표적인 사례가 환산재해율제도 공표와 같은 것으로서, 최근의 벌칙강화도 유사한 맥락에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

우리 사회는 이미 부실과 사고는 건설업이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그 것은 건설업의 일이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시대에 진입하였음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건설업계의 고충도 누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없으며 타자에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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