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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땅에 발을 딛고 서야 한다 / 이순병 한림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전 동부건설 부회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0-06-02 조회수 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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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라 경제를 살릴 방도를 고민하던 윈스턴 처칠은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불러 해결책을 구했는데, 그 답이 다 달랐다고 한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호되게 시련을 겪고 있는 영국 특유의 의료시스템(NHS : National Health System)도 그때 도입된 것이라고 한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은 사회가 매우 불안정했던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현상을 일컫는 말로서, 말 깨나 한다는 사람마다 자기 주장을 펼쳤고, 그 중에는 오늘날까지 영향을 크게 미치는 성현들도 있다.

그 시대 제() 나라 왕이 자기 초상화를 그릴 화공(畵工)에게 질문을 던졌다. “개와 귀신 중에 어느 것이 더 그리기 어려운가?” 화공이 답했다. “개는 누구나 다 아는 동물이니 아무리 잘 그려도 흠 잡히기 쉬워 그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귀신은 본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그리기가 쉽습니다.”

요즈음 어느 분야건 ‘4차 산업혁명코로나라는 주제에 한마디 거들지 못하면 대화에 끼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정답이 없을 때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힘을 얻는 모양새가 되기 쉽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애널리스트들이 바빠지는 것도 그런 현상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단어의 정의(定義) 측면에서는 혁명예측은 연결이 어렵다. 개선이나 혁신은 기존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혁명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3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컴퓨터와 인터넷(C&C)이 시장에 도입되었을 당시에는 아무도 오늘과 같은 세계를 예측하지 못했다.

어쨌든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내공을 많이 쌓은 사람들이니 그들의 말 중에 공통되는 것들은 귀담아듣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장래 예측 중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 올 일자리 변화가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가속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가장 공감이 간다.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된다면 이 세상은 기계끼리 일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들을 한다. 사람끼리 할 일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겠다. 일자리 변화를 잘 다루지 못하면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부터 경제를 구하려면 미국의 뉴딜 같은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건설산업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처럼 보였다.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1930년대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하냐는 경제전문가들이나 타 산업 종사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건설산업에 거리를 두었던 현 정부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인프라라는 한국형 뉴딜이 탄생했다.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주도권을 잃었다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건설이냐 인프라냐란 단어를 놓고 힘을 뺄 필요가 없다. 커다란 경제사회 질서의 변화는 당연히 사회인프라의 재구축을 필요로 한다. SOC라는 단어를 민간투자 토목공사라는 뜻으로 쓰다 보니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이라는 원래의 의미가 변질되어버렸다. 건설이 IT에 얹혀 가느냐, IT가 건설에 얹혀가느냐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부질없는 논란이다. 건설산업의 업역에 대한 정의를 넓히고 함께 가는 것이 융합이고 공생이다.

건설산업 분야에서는 스마트건설이 화두가 되었다. 늘 새로운 이론을 접하는 학자들은 이것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하지만 회사는 하루 하루 돈을 벌어서 경제를 끌고가는 기관차와 같다. 스마트건설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어떻게 내 회사의 일거리로 만드는가는 오롯이 대표이사의 지휘봉에 달려 있다.

내가 주도할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큰 흐름이 오고 있다면 그 흐름에 방향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공연히 거대 담론에 휩쓸려 붕붕 떠다니지 말고 지금 여기서(Now Here)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묻고 답하는 회사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가짐으로 땅에 단단히 발을 딛고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새 남보다 먼저 목표에 가까이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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