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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금, 큰 그림을 그릴 때다! / 이상호 한미글로벌 사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1-07-05 조회수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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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SOC예산()은 올해보다 0.1% 늘어난 26.5조원이다. 문재인정부 집권 첫해에 작성한 2018년도 SOC예산규모가 17조원대였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10조원이나 더 늘어났다. 또한 당시의 국가재정운용계획(2017~2021)에 따르면, SOC예산은 해마다 7.5%씩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2020~2024년간 SOC예산을 연평균 6.0%씩 늘리겠다고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명시했다.


어떻게 이같은 변화가 일어났을까? 경제와 건설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서? 코로나 사태 때문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일자리 창출에 SOC투자가 필요해서? 선거때 표를 얻는데 건설투자 확대가 필요해서?....등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건설업계가 큰 그림을 그리고 지속적으로 정부와 언론을 설득했던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실 2017년까지만 해도 건설업계는 해마다 연말 예산국회 때 SOC예산의 증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떤 사업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제안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국회에서 증액한 예산 금액도 실제로 투자되지 못하고 남아 돌았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정부가 중장기적으로 SOC예산을 해마다 7.5%씩 줄이겠다는 방침이었다. 해마다 예산증액만 요구하던 기존의 방식은 한계에 부닥치게 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17년부터 약 2년간에 걸쳐 건설공제조합과 대한건설협회의 지원을 받아 전국의 지역인프라 실태조사를 토대로 중장기 인프라 투자방향을 제안하는 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마다 있는 지역연구원을 적극 활용했다. 지역연구원을 거점으로 지자체 건설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 및 지역건설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최종보고서에서는 지역마다 우선순위가 높은 핵심 프로젝트를 대거 발굴하여 제안했다. 서울을 제외한 15개 지자체의 핵심 프로젝트만 1,244건이었고, 총사업비 규모는 442조원이었다.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도 병행했고, 연구결과를 지역 순회세미나를 통해 발표하면서 언론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건설투자가 줄어 든다U자 가설이나 인프라 충분론처럼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왜곡된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에 근거한 자료와 논리로 적극 반박했다. 17권에 무게만 해도 약 30kg을 상회한 최종 연구보고서는 발간하자마자 청와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회, 국토교통부 등을 비롯한 핵심기관의 핵심인물들에게 전달하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를 대신해 민간건설업계가 수행한 인프라 투자확대를 위한 큰 그림은 2019년 상반기에 일차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20191월에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이 발표되었고, 4월에는 48조원 규모의 생활SOC 3개년 계획이 발표되었다. 6월에는 2023년까지 노후기반시설에 3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되었다. 2019년 상반기에 발표된 3개 계획만 합하더라도 104조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올해와 내년의 SOC예산이 문재인정부 첫해보다 10조원이 더 늘어난 것도 2019년 상반기에 발표한 계획 덕택이다.


내년에는 대선이 있다. 새정부가 들어서는 시기에는 새로운 큰 그림이 필요하다. 특히 중대재해법의 제정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안전문제는 건설업계도 방어적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사고의 원인은 건설업계의 잘못만이 아니다. 발주자의 부실한 역할이나 현장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위도 문제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도 반박할 필요가 있다. 고층 건물의 유리창 닦는 일이 위험하지만, 그것을 청소용역업체에 외주를 주지 않고 경험없는 내부 직원을 시키면 더 안전하겠는가? 또한 날마다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어쩌다 한번 하는 일을 모두 자체 직원으로 감당해야 하는가?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은 경제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분업과 협업의 장점을 도외시하고 있다.


큰 그림을 그릴 때 주의할 것이 있다. ‘과학과 전문가의 언어로만 해서는 자칫 지루하고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념과 비전문가에 의존하면 틀린 말이라도 알아듣기 쉽고, 흑백이 선명하게 나뉘어진다. ‘과학과 전문가이념과 비전문가에게 밀리는 데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만약 건설업계가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국민의 수용성을 고려한 치밀한 프레임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큰 그림은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전문가들이 그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건설산업의 현실이나 현장을 잘 아는 진짜전문가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건협을 비롯한 협단체나 건설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건설업계는 방어적일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당면한 문제 인식을 외부의 전문가들과 적극 공유하고 함께 미래의 발전방향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금껏 해온 것처럼 일자리 창출에는 건설투자가 최곱니다, 그러니 SOC예산 좀 늘려 주세요식의 낡은 스토리를 반복한다고 해서 잘 될 것 같지 않다. 지금은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고, 앞으로 5년을 대비한 새로운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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