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건설사들의
전략기지가 되겠습니다.

KFCC 자료실

Global Market Explorer, Global Base Camp

KFCC 칼럼

Home > KFCC 자료실

제목 상호모순(相互矛盾)의 시대와 새로운 질서 / 김한수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1-09-02 조회수 170
파일첨부  


상호모순. 최근 수년간 건설산업에서 관찰되는 트렌드를 축약하면 떠오르는 단어이다. 2020년 국내 건설수주액은 약 200조 원에 근접하는 역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건설산업은 사양산업(斜陽産業)이라는 프레임이 건설산업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건설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효자산업이지만, 이직률이 가장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건설기업은 지속근무가능성이 높은 청년세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청년세대는 좋은 일자리를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생산기술과 유연한 생산방식 및 생산체계가 미래 건설의 당위적인 양상이지만, 각종 규제, 업역주의, 보수적 산업문화 등은 경직성을 보태고 있다. 건설산업의 경제적·사회적 역할은 인정하지만, 신뢰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건설고객과 일반 국민의 애증(愛憎)이 공존하고 있다.

상기 예시 이외에도 건설산업은 다양한 상호모순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건설기업, 건설산업 종사자, 잠재적 종사자들은 사기 저하와 선택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질서가 필요한 이유

상호모순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서(new normal)가 건설산업에도 확립되어야 한다. 새로운 질서가 필요한 이유는 건설산업에서 나타나는 상호모순이 질적 성장 보다는 양적 성장, 자율과 동기부여 보다는 규제와 처벌, 신뢰와 협력 보다는 불신과 대립, 고객의 가치(client’s value)를 훼손하면서 달성하는 산업·기업의 가치라는 낡은 질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낡은 질서의 피해는 건설산업 구성 주체뿐만 아니라 건설고객과 일반 국민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간다. 불량한 악화(惡貨)’ 기업이 건실한 양화(良貨)’ 기업을 몰아낸 건설산업, 레몬시장(lemon market)이 되어버린 건설시장은 누구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우리 건설산업의 미래 모습이다.

건설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위한 노력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상은 BC(Before Corona)AC(After Corona)로 구분된다고 한다. 우리 건설산업이 AC 시대 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낡은 질서 하에서 계속 연명해갈지 말지를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건설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한 단어로 제시하기는 만만치 않지만, 최소한 세 가지 노력과 그 성과가 축적된 질서라고 제안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첫째, 건설산업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법질서 준수, 신뢰와 협동, 거래상의 신용, 공동체 정신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을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이 중요한 이유는 그 축적의 정도가 국가의 진정한 부()를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의 위계로 보았을 때 사회가 산업 보다는 상위 위계이기 때문에 건설산업의 사회적 자본이라는 표현이 다소 어색하기는 하다. 또한 건설산업의 수준이 사회 전체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불안정한 가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용어의 부자연스러움과 가정의 불안전성이 건설산업의 사회적 자본이 약 200조 시장 규모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축적되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훼손시키지는 않는다. 건설산업의 파산(破産)은 수주시장이나 기업의 파산이 아니라 건설산업의 사회적 자본의 파산이라는 인식이 우선되고 이를 축적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새로운 질서를 향한 첫걸음이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둘째, 비전산업(visionary industry)으로 재평가 받아야 한다. 건설산업의 덩치에 비하면 비전산업으로서 건설산업의 위상은 국가적·사회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삶의 질, 국가경쟁력, 재해재난 대응, 고용 등 국가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저평가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건설산업이 비전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꿈을 꾸고 제시해야 한다. 자신의 기업이나 건설산업만을 위한 내성적인꿈만이 아니라 국가, 사회, 국민을 위한 외향적인꿈을 꾸고 그 꿈을 달성시켜 줄 수 있는 주체가 건설산업임을 각인시켜주어야 비전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미래의 주택, 빌딩, 도시,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장대한 꿈(wildest dream)을 꾸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발주자를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오래전 필자는 발주자가 변하지 않고는 건설산업의 미래는 없다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한 적이 있다. 지금도 이 신념에는 변함이 없고 그 이유는 단순하다. 건설산업의 수준은 발주자(건설고객)의 수준을 절대로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객을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 마라는 비즈니스 금언(金言)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건설고객이 자신의 프로젝트에서 더 높은 가치와 성과를 낼 수 있는 해법(solutions)을 진심을 담아 능동적으로 제시하는 기업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를 수용하는 발주자를 인텔리전트(intelligent) 발주자라고 한다.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 성공사례를 분석해보면 그 배경에는 인텔리전트 발주자가 있었고, 발주자를 인텔리전트하게 만드는 해법을 기업들이 상호 협력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쉽지 않을 것이다. 지시하는 갑과 시키는 대로 하는 을이라는 관성의 법칙을 깨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발주자를 위한 유익하고 좋은 해법을 준비하고, 이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발주자에게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이를 반복하여 점진적으로 확산시키는 과정을 만들어 가야 한다. 발주자의 안목(眼目)을 높여 이에 부합하는 기업과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발주자 업그레이드의 핵심이다.

내부자가 주도하는 건설산업의 새로운 질서

건설산업의 새로운 질서는 어느 한 주체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 발주자, 건설산업 구성원 등 다양한 주체의 공감과 수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총대를 메어야 한다. 건설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내부자인 건설 대기업군()이 주도가 되어 구상하고 실현시켜 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굳이 건설 대기업군이라고 꼭 집어서 제안한 이유는 이들이 우리 건설시장의 리더 그룹이기 때문이다. 2021년 시공능력평가 데이터를 기준으로, 상위 30대 건설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약 50% 수준이고, 상위 10대 건설기업이 약 3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들을 리더 그룹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 점유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비례해서 산업에 대한 책무가 큰 것이며, 선한 영향력과 모범 사례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이다.

건설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위해 정부 주도하에 관련 제도를 마련·개선해야 한다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건설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외부자가 아닌 내부자스스로 구상하고 구축해야 한다. ··(··)은 어시스트(assist)하고 산()이 주도하는 질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건설산업이 구축해야 할 새로운 질서이다.


이전글  보이지 않는 나라를 위한 전략 / 장현승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다음글  보이는 정책 실패와 안보이는 정치 실패 /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