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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건설이 차선을 바꿔야하는 이유 /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2-01-28 조회수 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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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150 여 개 국가 가운데 한국의 인프라 축적도를 6위로 평가한다. 경제력 순위 16위 보다 월등하게 높다. 신흥국은 한국의 인프라 축적량을 부러워한다. 선진국은 도시인프라, 특히 대중교통의 질적 수준을 높게 평가한다. 한국건설은 과거 60년 동안 교량 32,900, 터널 5,000, 건축물 103,000개를 건설했고 상·하수도 관로망 2,200개를 건설했다. 신흥국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실적은 많은 데 왜 한국건설을 대표하는 기술이 없는가? 세계가 한국의 인프라 구축량과 질을 주목하면서도 한국건설기술을 주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원전기술은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 수준이다. 원전을 국제입찰에 부치는 경우 한국원전은 단골손님이다. 입찰에 참가 할지 여부 결정권이 발주자가 아닌 한국원전에 있다. 한 때 원전기술의 종주국이었던 미국이 원전건설을 재개하면서 한국원전에 기술지원을 요청한다. 한국원전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실적으로 검증되기 때문이다. 공기와 건설단가, 안전성과 성능, 이용률과 가동률 등 수치에서 타 국가보다 비교 우위다. 한국은 국내 26, 해외 4기 등 30기의 건설실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구축한 인프라와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는 3가지로 해석한다. 첫째 원전기술정책의 일관성 유지다. 19793월 미국원전 사고, 19864월 구소련 원전사고, 20113월 일본원전사고 등은 인류에게 공포심을 유발시켰다. 미국은 원전건설 중단을 선언했고 독일은 원전정책을 포기했다. 한국의 원전정책은 큰 사고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20174월까지는 유지됐다. 미국에너지성은 원전건설 중단 선언에도 신기술개발 투자를 지속했다. 둘째 한국원전산업은 공학기술(engineering tech.)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정부가 원전산업의 공학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합리화 조치 및 대가수준을 타 산업보다 높게 만들어 제도적으로 지원했다. 셋째 원인은 한국원전이 선진기업 모방 혹은 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 확보에 나섰다는 데 있다. 초기에는 한국원전도 복제·모방으로 기술력을 축적하는 과정을 밟았다. 1984년 기술자립계획 수립 당시 국산화율은 40%선에 머물렀다. 1987년 기술자립계획 실행 원년에 진입하면서 내부적으로 40%를 포기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선진기업 따라 하기에서 차선을 바꿔 추월선에서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1995년 기술자립율 95%를 달성했다. 그 해 3월 한국원전산업이 최초로 주계약자로 나선 영광원전 3호기가 가동에 성공하면서 국제원전산업계가 한국원전기술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912UAE 바라카 원전 4기를 수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계는 한국원전의 독립성과 우월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한국원전이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것이 건설기술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흔히 건설기술 수준을 선진국 대비 몇 %로 표시한다. 선진국과 비교 잣대는 엄격히 말하면 복제기술이다. 복제기술은 보이는 기술이다. 도면과 시방서는 얼마든지 복제 혹은 재생이 가능하다. 도면 작성에 입력이 되는 계산서 작성은 복제 불가능이다. 도면을 복제 할 수 있는 이유는 공개되기 때문이다. 계산서는 엔지니어링 기술의 고유한 지식으로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고 복제도 어렵다. 도면은 기술의 질을 좌우하지 못한다. 역으로 엔지니어링 기술은 도면의 질을 좌우한다. 엔지니어링 기술이 목적물의 공기와 투자비를 좌우하는 규모, 품질과 성능을 좌우한다. 한국건설 기술수준이 기본설계에 취약한 이유가 있다. 기본설계는 엔지니어링 기술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복제기술은 모방이 기본이다. 모방 기술은 신흥국에 따라잡히게 되어 있다.

한국건설이 연간 13.5조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강자로 나서기 위해서는 복제,모방, 즉 선진기업 추격자 위치에서 추월선으로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 원전건설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면 인프라 건설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설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건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기업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 잃어버린 공학기술을 되살려야 한다. 과학은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여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데 목적이 있다. 공학은 인류의 생활경제와 삶에 필요한 기술을 활용하는 현재의 기술이다. 과학이나 공학 없이 기술만 중시해서는 공학기술이 지배하는 글로벌 기업을 절대 앞 설 수 없다.


한국건설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안다면 고쳐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에는 개발만 있고 축적과 혁신과정이 빠졌다. 빈 공간이 너무 크다. 기술의 완성은 물론 혁신 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어 있는 셈이다.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R&D 과제는 개발에 치중된 1회성, 즉 직선형이다. 한 번의 기술투자로 건설기술을 완성 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개인의 일탈이거나 착각에 불과하다. 건설기술은 개발-활용(축적)-개선(혁신)’의 사이클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원형이다. 공학이 배제된 기술은 신흥국에 반드시 추월당한다. 시간문제 일 뿐이다. 한국건설은 풍부한 실적과 경험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이 흉내 낼 수 없는 한국건설만의 고유한 브랜드다. 한국건설이 브랜드를 이용하여 글로벌 시장의 강자가 되려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추월선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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