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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한 질문 / 김한수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3-09-01 조회수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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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역사적으로 건설은 누군가의 유토피아(utopia)를 현실 세계에 구현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여왔다. 피라미드는 불멸의 삶을, 자금성은 절대권력을 실물화 시켜주었다. 굳이 역사적인 랜드마크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진 서민에게 아파트는 피라미드나 자금성 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유토피아이다

그러나 현실은 절망의 디스토피아
(dystopia)로 다가왔다. 빠지고(전단 철근), 불량하고(콘크리트), 무책임한 주체들이라는 조합이 만들어낸 LH 검단아파트 사태는 건설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모두를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순살 아파트라는 창의적인 브랜딩에 경탄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온 국민이 다 아는 랜드마크가 되어 버렸다

건설을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제일 많은 들은 뼈아픈 힐책은
우리나라 건설이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았나요?’였다. 복잡한 건설산업과 건설제도 이야기로 일반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사죄(?)의 말로 대화를 마무리하고는 했다. 다만, ‘수준이라는 단어가 이 글을 쓰게 된 모티브가 되었다.

발주자와 건설산업의 글로벌 수준

글로벌 스탠다드의 일반적인 의미는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이지만 건설산업에서는 해외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기준
(, 제도, 절차 등)으로 주로 해석되고 적용되었다. 건설산업의 글로벌 스탠다드와 연계된 단골 주제는 입낙찰제도와 건설생산체계 등이었고 주로 미국, 영국과 같은 타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스탠다드라는 용어에는
기준이외에 수준이라는 의미도 있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다드는 글로벌 수준으로 번역될 수 있고,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수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수준 등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이번 LH 아파트 사태는 세계적으로 낯부끄러운 수준이었다. 해당 사업과 관련된 특정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만의 일탈로 볼 것인가? 호되게 표현하자면, 설계는 엔지니어링이 실종된 드래프팅(drafting) 작업이고, 시공은 건설사의 수준이 아닌 작업반장(십장)팀의 수준에 달려있으며, 감리는 퇴직 후 용돈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번 사태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수준이었고 그것이 현재 우리 건설산업의 수준이라면 글로벌 수준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며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
(?)도 있었다. 과거에 건설공사의 부실은 주로 부실시공이라는 관점에서만 조명되며 독박을 쓰고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실의 관점이 전관예우에 뿌리를 둔 부실발주로 확장되어 조명되었다. 건설산업뿐만 아니라 발주자도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건설사업의 수준이 발주자의 수준을 절대로 넘지 못한다는 금언(金言)을 실물로 증명하였다.

해법 보다 중요한 질문

이번 사태가 엄중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보니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해법에 귀추가 주목된다
. 이번 부실 사태에 책임이 있는 발주자와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에게 징벌이 내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다만, 건설산업 전체에게 단체기합을 주는 징벌적 법과 제도의 강화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정치적인 해법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려우며, 발주자와 건설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가는 해법도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해법을 찾기 전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이 있다
.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이다. 올바른 질문 없이도 해법의 대량생산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해법은 표층(表層) 현상만 다스릴 뿐, 심층(深層) 원인의 분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의 수준까지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너무도 많지만, 핵심 질문 중 하나를 예시로 던져보자

공공 건설사업은 어떤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가?’

너무도 간단한 질문인가
? 한번 답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 답이 현재 공공 건설사업의 각종 입낙찰계약제도와 조화로운지 한번 맞추어 보기 바란다. 일단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서는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다. 두 법 모두 법의 목적을 계약업무의 원활한 수행이라고 명시하고 있을 뿐 어떤 목표나 가치를 추구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공공 건설사업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두루두루 살펴야 할 이슈들이 많기 때문에 효율성과 생산성을 목표로 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만일 그것이 공공 건설사업의 태생적 특성이라면 사업의 성과를 너무 따지지 말라는 항변은 심술일까? LH 아파트 전면 재시공에서 관급자재 사용 여부가 어떻게 전개될지 이거 하나만 지켜봐도 공공 건설사업은 어떤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왜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질문은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향한 질문이며 이에 먼저 답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관련자들을 감쌀 생각은 추호도 없다
. 그러나 이번 사태를 관련자들의 일탈로만 치부한다면, 공공 건설사업과 건설산업 관련 제도와 관행들이 지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부실의 토양(土壤)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글로벌 수준으로...

LH
아파트 사태가 주는 교훈은 건물은 정직하다였다. 부실한 발주, 설계, 시공, 감리, 자재로 지어진 건물은 스스로를 무너뜨려 정직을 증명해 보였고, 그 정직이 미래 입주자들의 생명도 구했다. 글로벌 수준인 정직한 건물은 글로벌 수준에 도달한 발주자와 건설산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서 진보된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진보된 해법을 위해 올바른 질문으로부터 출발하기를 제안해본다. 그 결과로 우리 발주자와 건설산업이 유토피아 건설의 주인공이라는 글로벌 수준의 자긍심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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