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건설사들의
전략기지가 되겠습니다.

KFCC 자료실

Global Market Explorer, Global Base Camp

KFCC 칼럼

Home > KFCC 자료실

제목 남극에서 반바지 입었어요 /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3-11-02 조회수 244
파일첨부  


모 일간지에
남극에서 반바지 입었어요라는 기사가 났습니다. 지난 해 닥친 남극의 이상고온 때문입니다. 지난 9월 리비아에서는 열대성 폭풍우로 두 개의 댐이 붕괴되자 정부는 사망자가 1만 명이 넘는 도시를 감염을 우려해 봉쇄했습니다.

3
년 전 수상도시 베네치아에서는 17년 간 8조원을 들여 만든 조수차단벽이 성공적으로 작동했으나, 두 달 뒤 홍수로 불어난 만조 수위를 잘못 예측한 탓에 차단벽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재현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상상을 뛰어넘는 피해가 나는 것은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 뉴노멀이 되었습니다
. 이렇게 되면 그동안 설계기준으로 적용했던 자연현상의 실적자료들은 더 이상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자연 현상을 찾아내는 것이 과학의 영역이라면
,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공학의 몫입니다. 댐이나 방파제의 위치와 크기, 높이를 결정하는 데에는 고도의 공학적 지식이 동원됩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인프라 구축에는 오랜 준비 시간과 막대한 재원이 들어갑니다. 설계 기준을 바꾸는데 만도 몇 년 걸립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30년쯤 뒤에 닥칠 재앙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국민들은 인프라 시설의 혜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 언론은 재해가 나면 기상 이변 여부는 뒷일이고 우선 인재(人災)에 초점을 맞춥니다. 어느 나라이건 정치권도 국민들도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에는 관심이 적습니다. 그러나 결정이 빠를수록 최소의 재원으로 재해를 최소화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선진국보다 먼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할 분도 계시겠지만 이제는 한국이 선진국입니다.

지도자는 외롭다고 합니다
. 지난 성공 스토리는 말하기 쉽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을 지금 하자고 설득하는 것은 참으로 외로운 작업입니다. 50여 년 전 정부는 땀과 눈물이 밴 돈을 쪼개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세웠습니다.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도 정치권은 물론 외국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렇게 지어졌습니다. 50년이라는 시간과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을 지금 한국이 전 세계에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순살아파트 사고가 터지자
LH전관업체 감점 부여기준을 마련했고, 국토부는 하자 판정이 많은 건설사의 명단을 년 2회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LH 카르텔은 설계·감리회사 문제이고, 구조물 하자는 건설회사 문제입니다. 내놓은 해법이 문제의 본질과 거리가 있어 척결(剔抉)’까지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관예우보다 고질적인 문제는 입찰담합이었습니다
. 이걸 막으려고 정부는 시장과 두더지 게임하듯 입찰제도를 바꾸어 왔는데, 지금은 조용해졌습니다. 공무원들은 더 이상 두더지 잡이에 나서지 않아도 되었고, 건설회사 업무쟁이들도 사라졌습니다. 정부와 시장이 윈윈한 듯 보입니다. 담합이 없어진 것은 검찰이 무서워서 보다는, 입찰제도를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선진국에도 입찰비리 문제는 있었습니다
. 선진국은 기술경쟁으로 풀었고, 한국은 운찰제(運札制)로 풀었습니다. 나눠주는 주체가 없으니 합법적나눠먹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담합을 없앤 대가는 기술 경시라는 너무도 뼈아픈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기술력은 하향평준화되고 현장에 숙련공이 없는 건설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담합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정능력을 갖춘 산업들도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건설산업은 아직 그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최대수요자로서 한때 시어머니 역할을 했던 정부는 지금은 시장의 도우미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 그게 맞습니다. 정부는 팀코리아를 만들어 해외건설시장으로 나가자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사업기획력과 설계·시공기술력의 경쟁터입니다. 그동안 해외에 나가서 적자를 본 사업도 많았지만 우리의 기술력과 성실성만큼은 인정받았습니다.

당장은 주택시장 때문에 골치가 아프겠지만 주택 수급은 당대의 경제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 기후변화는 차세대의 생존이 걸린 국토안보 문제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설기술을 한국이 주도한다면 이제까지의 시공위주 K건설의 위상을 과학과 공학차원으로 높여서 세계건설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민간부분이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정부는 시장이 하기 어려운 일을 법의 힘으로 추진하는 조직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안전하고 쾌적한 국토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인프라 그랜드 플랜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외로움을 소명으로 알고 이 일을 시작할 조직의 출범을 기대합니다.

이전글  건설기업은 느리게 걷는 것이 맞지 않나요? / 장현승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다음글  K-건설의 미래을 위한 도전과 희망 / 이현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