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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과 삶의 적정온도 : 윤영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4-01-31 조회수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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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1945년 어느 날 독일의 한 강제수용소에 엄청난 양의 붉은 립스틱이 도착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연합군은 전쟁 포로와 유대인을 가둬둔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를 해방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 구호품이 도착했는데, 배고픔과 추위, 중노동에 시달리던 이들에게는 빵이나 담요가 절실했을 테지만, 예상과 달리 도착한 구호품은 립스틱이었다.

이 일을 두고 어느 영국군 장교는 일기장에 천재적인 발상이었다고 적었다.

수감자들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입술에 붉은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그렇게 생의 활기를 되찾으며 스스로가 인간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인간다움이란 당장의 허기를 채우고 추위를 막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다.

 

#장면2

52시간을 채워 일해도 업무량이 줄지 않는다. 출산과 육아는 멀게만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후배들에게 건설 입문을 추천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E&E포럼 2차 세미나에서 입사 8년차 젊은 엔지니어가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 건설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청년의 발언으로 건설이 다른 산업들보다 사람의 경험과 역량이 중요한 대표적인 피플 비즈니스산업이란 말은 무색해졌다.

최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기술인력 중장기 전망을 살펴보면, 현재 전체 기술인력의 53%를 차지하는 50~60대의 비중은 10년 후인 20337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30대는 현재 14%에서 10년 후에는 4%로 급감하는 등 젊은 층의 이탈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외면은 건설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시대적 과제다. 우리 건설기술인의 열정과 기술력으로 쌓아 올린 K-건설의 금자탑은 무너지고,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국가적 측면에서도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사회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저출산 기조가 이와 결부된다면 건설산업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어질 것이다. 이것이 이 귀한 지면을 빌어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유이다.

 

#장면3

일과 삶의 적정온도그래야 희망이 있다.”

E&E포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젊은 엔지니어들은 과도한 업무량(촉박한 공기) 업무강도 대비 낮은 임금 워라밸이 어려운 근무환경 수직적 조직문화 낮은 복리후생 등을 건설산업을 외면하는 이유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가 압축성장기를 거치면서 끈기와 집념이 미덕이었던 시절, 멀리는 열사의 땅 끝에서도 몸 바쳐 일하는 게 가족을 위하는 일이라 믿었던 생각이 오늘날 한국건설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밤낮없이 일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지금 건설기술인에게, 그리고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직업으로서의 과 개인으로서의 의 적정 온도를 찾아주는 것이다.

워라밸의 실현은 건설기술인 개인의 근무만족도는 물론, 기업의 생산성도 높여줄 것이다. 특히 현대의 건설산업은 스마트 기술과의 융복합, 생산시스템의 디지털화, 데이터기반 분석 등 창의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바로 이 창의성이 휴식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장면4

“2024년 워라밸 실현의 원년!”

이달 초 협회는 신년인사회에서2024년을 워라밸 실현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건설기술인으로서의 직업적 호감도를 높이고, 젊은 건설기술인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지금 건설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의 액션플랜으로 적정 근무시간 보장 임금현실화 워라밸 지수 도입 스마트 인재양성 조직문화 개선 등 5대 핵심 전략을 발표하고, 분야별 워라밸 진단 다양한 캠페인 진행 스마트 교육 훈련 서비스 등 협회 차원의 실천방안을 마련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보장되고, 위험하고 힘든 일이 아닌 안전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산업으로 혁신해야 건설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약소민족의 독립에 영향을 준 19193·1 독립선언서는 당장의 독립보다는, 독립의 의지와 당위성이라는 공감대를 만천하에 형성한 데 큰 의의가 있다. 워라밸 실현이 건설산업의 절망을 희망으로 반전시킬 붉은 립스틱이 되길 기대하며 이를 위한 첫 걸음을 협회가 내딛는다.

·제도개선, 업계차원의 공감대와 여론형성, 관계 기관과의 협의 등 헤쳐 가야 할 수많은 난제가 있지만, 이 개척의 길에 업계의 리더이신 한건협 회원님들이 함께 동행해 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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