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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동산PF : 예견된 위험, 예견할 수 없는 결과 / 이상호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4-02-29 조회수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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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다시 부동산PF가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뇌관이 되었다. 재작년말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PF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50조원+α에 달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에 힘입어 일시 잠잠해졌다. 그러다가 작년말 태영건설 사태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실 레고랜드나 태영건설 사태 이전부터, 부동산PF 부실화는 급격한 금리인상과 함께 부동산경기가 위축되면서 나타나는 예견된 위험이다. 부동산경기 위축에 따른 사업중단과 지연, 미분양 증가와 입주지연에 따른 투자금 회수 지연, PF대출 상환 불이행, 유동화증권 차환 실패 등으로 인해 부동산PF 부실화가 나타나게 된다.


정부의 대책은 4월 총선 때까지 단순 만기연장으로 밀어부칠 듯 하다가, 최근에는 질서있는 연착륙혹은 질서있는 구조조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올해 4월부터는 약 3,000여곳에 달하는 부동산PF 사업장의 사업성을 평가하여 부실정리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부동산PF 부실화는 예견된 위험이었지만, 그 결과는 예견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의 일관된 입장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고,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부동산PF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약 100조원이었고, 지금은 부동산PF대출 규모 약 134조원(작년 9월말 기준)에 더하여 금융위원회의 감독권에 포함되지 않은 새마을금고 등의 부동산PF대출 잔액과 유동화된 금액을 모두 포함하면 200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총량적인 부동산PF 규모만으로는 지금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위험한 지 아닌 지 알 수 없다. 2010년 한국의 GDP1조달러였지만, 2023년에는 1.7조달러나 된다. 경제규모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본력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미분양 물량은 2009년에 12.3만호(준공후 미분양은 5만호)였지만, 2023년말에는 6.2만호(준공후 미분양은 1만호)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의 급격한 공사비 상승추세까지 감안한다면, 부동산PF의 절대 규모만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단언하기 어렵다. 비교적 약한 고리라고 볼 수 있는 증권사만 해도 수도권과 주거상품의 부동산PF 익스포저 비중이 높고, 저축은행은 비수도권과 비주거상품의 익스포저가 높아도 선순위 채권 비중이 높아서 어느 정도 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금융업권 중 신용도가 낮으면서 부동산PF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 캐피털, 저축은행 등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부동산PF도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최근 금융위원회에서는 부실화에 대비하여 쌓아야 하는 충당금을 30%씩 더 늘리도록 했다(2024.02.21). 부동산신탁사 상황도 심상치 않다. 특히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사업장의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는 지방사업장이나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같은 비주거상품이 많고, “책임준공을 해야 할 입장인데 시공사는 시공능력 100위밖의 중소건설업체 비중이 83.5%에 달하기 때문에 부도 위험성도 상당하다. 만약 총선 이후 다수의 건설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이른바 건설업계의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된다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국내 굴지의 대형건설사들도 부동산PF 부실화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견중소건설사들이 더 위험해 보인다. 금융당국도 올 상반기까지 태영건설급의 심각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실화된 부동산PF 정리를 통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부실 사업장 경공매 시 낙찰가율은 60% 정도인데, 경공매를 통해 토지값을 낮추면 당초 114 수준의 분양가가 구조조정을 거친 후에는 98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식이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논리는 부동산PF 구조조정을 정당화하고,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로도 보인다. 하지만 중견중소건설사가 무너지면 대형건설사에도 충격이 오게 된다. 그 충격은 시행사를 넘어 금융기관으로도 파급될 것이다.


부동산PF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사업시행자의 자기자본비율을 5~10% 수준에서 20% 수준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업시행자의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면 부동산PF 규모도 줄어들고 사업의 안정성도 높아지겠지만, 지본력이 취약한 중소규모 시행사는 시장 참여가 어렵고, 대형건설사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주택공급이 감소할 수도 있다. 건설업계나 정부가 이같은 부작용을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한꺼번에 자기자본비율을 20%로 올릴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10%, 15%씩 늘려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20%가 적정한 지, 10% 혹은 30%가 적정한 지도 따져볼 일이다.


부동산PF 구조조정을 조속히 하라는 요구도 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그동안의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업계는 정부지원만 바랄 것이 아니라 자구노력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자기 뼈는 깎지 않고, 남의 뼈만 깎는식의 구조조정은 해서 안된다고 한다.


부동산PF 사태는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부동산PF 문제를 주로 금융시장 안정화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만약 부동산PF 부실화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고, 관리가능하다고 본다면, 그리고 일부 중견중소건설사나 시행사의 구조조정을 통해 충분히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면,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이 답이 될 수 있다. 그 반대라면 실효성있는 건설업계 지원방안의 수립과 단계적인 정상화 대책이 필요하다. 4월부터 진행한다는 3,000여곳의 부동산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도 어떤 시각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지금까지 금융업계는 금융업권별 분석 등을 토대로 상황판단을 하고 처리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아직도 이렇다 할 정책제안을 내놓지 못한 것 같다. 단순히 건설업계가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식의 요청은 무의미하다. 건설업계도 부동산PF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와 치밀하고 설득력있는 논리에 기반하여 실효성있는 정책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PF 사태의 결과는 예견할 수 없지만,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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