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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출근길 소소한 생각들... / 김헌탁 두산중공업 건설EPC 대표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12-05-07 조회수 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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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 시작을 위해 출근길에 오른다. 

붉은 벌집 건물이라 하면 더 빨리 이해하는 이곳 강남 교보타워. 

오전 7시 정도면 이 건물 주변에는 밤의 취기(醉氣)와 낮의 활력이 교차되는 그런 시간이다. 대로 주변 출근길 분주하게 지하철로, 버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바쁜 사람들, 그들은 어깨 위로 나름의 인생과 삶을 짊어지고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런 사람들 사이로 지난밤 취기에 올라타 새벽이 밝도록 휘청거리고, 여기저기서 방황하는 젊음들도 드물지 않게 조우하게 된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젊은 학창시절 나를 대입해 보면 얼마간 이해 할만 하다..

70년대 대학시절 내 기억 속의 이곳 강남 인근은 야산과 논밭, 그리고 남루한 주점들의 기억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디테일들은 부정확 해지고 나중엔 그런 일이 정말로 있었는지 싶은 지경까지 이르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보냈던 학창시절의 친구, 선배, 술, 담배와 얽힌 무용담들을 술자리의 안주거리로 각색하여 후배들에게 전하고 있는 나는 어느새 여기 이 땅에 감정이입 된다.

당시 어울렸던 동아리 선배, 친구들과는 평생지기가 되어 지금도 계속 서로를 지지해 주는 역할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매개가 된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오전 아홉시, 오늘 같이 화창하고 따뜻한 봄 날이면 회사 주변으로 책 가판대가 생기고, 봄바람에 젊은 활력이 넘쳐난다. 

교보타워 건물 벽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선명하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 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풀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그 진면목에 대해 서서히 깨닫게 된다는 뜻이리라. 나 또한 작은 풀꽃에 지나지 않지만, 회사에 들어오면 하루에 수십명 또는 수백명, 직장 상사라는 직함으로 지나칠 때가 많다. 

하지만 내가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직원들 하나 하나는 신입사원이라 할지라도 30년여의 인생이 녹아 있다. 애틋한 그들의 꿈과 집념이 녹아 살아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 어깨에 묵직함을 느낀다.

이들은 적어도 30년간 회사와 그들의 인생을 책임져 나가야 할 것이고, 나는 선배들이 나한테 그러 했듯이, 나도 그들에게 훌륭하고 모범적인 선배의 모습을 다하고 싶다. 작은 노력이지만 후배에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우리의 선배 또한 그랬었다.

3월부터 강남역에서 이 곳에 이르는 400여 미터는 금연 거리라 지정 되었다. 

아무리 골초라도 남의 속에 들어갔다 나온 담배 연기가 싫을 진데, 서울시내 전체가 금연 거리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리라. 이러한 생각 드는 건 분명 나뿐만 아닌 것 같다. 주변에 골초들이 너도 나도 금연한다 하니, “금연 거리”는 삼십 수년간 동고동락을 같이한 친구를 결국은 떠나 보낼 결심을 감행케 하는 단초가 되었다. 

난 인생 처음 “금연”이라는 것을 할 작정이다. 

이참에 삼십 수년간의 묵은 습관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싶다

                                                                                             --- 2012년 봄 출근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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