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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와인 주문하기 /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12-07-09 조회수 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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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의 수주나 수행을 위해 빈번하게 외국 사업주들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형식의 식사 자리를 갖게 된다. 우리 말에도 누구를 좀 더 가깝게 사귀거나, 보다 내밀한 접객을 위해서 의례 “밥 한 번 먹자”거나, “식사 한 번 모시겠습니다”라고 하듯이, 외국 사람들이라고 다를 바 없어 식사 하는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일상의 에피소드로부터 시작해서 음식의 기호를 이야기하다가 어느새 사업 이야기로 몰입되어 가는 게 Business Dining의 기본공식이 아니겠는가. 이 때에 약간의 고급(?) 와인이 한 두 잔 곁들어지면 분위기 고조에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딱하게도 사업주의 무게만큼이나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하여 최상의 음식을 시켜 놓고 정작 음료는 다이어트 콜라나 오렌지 주스를 주문하지 않을 수 밖에 없을 때에는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우리의 주력 해외시장이 중동이다 보니 무슬림 사업주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의례 겪게 되는 상황인데, 뭐 대단한 와인 마니아가 아닌데도 언제부터인지 무슬림 사업주들과의 이 Wineless Dining은 상당한 고역(?)이 아닐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래도 조금 더 가까워지거나 약간은 국제 감각이 있는 일부 사업주 인사들은 자신들은 여전히 비알콜성 음료를 고집하겠지만 우리들은 와인을 비롯한 여느 주류를 같이 해도 관계치 아니하겠다고 식사 절차를 승인(?)해 주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비무슬림 국가에서 식사가 있을 경우이지만, 상당한 진일보이다.

최근에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스스로 세계적 기업임을 선언한 사우디 아람코는 그들이 해외에서 갖는 공식 행사에 와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그들의 재력에 걸맞게 상당히 고급 와인을 준비하여 와인 애호가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고, 개개인의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나 내공을 과시하기도 한다.

이렇듯 와인은 이제 무슬림 국가의 비즈니스 모임에까지 그 영토를 넓혀 가고 있어 가히 세계적인 공식 Business Beverage가 되었으니, 우리 회사 임직원들이 수시로 모셔야 하는 외국 손님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와인 주문하기”라는 또 하나의 쉽지 않은 미션(Mission Impossible)이 추가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모 임원은 몇 가지 와인 입문서를 보다가 머리가 아파 “신의 물방울”이다라는 이원복 교수의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같은 만화류도 읽어봤지만 더 헷갈리기만 하고,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고 한다. 나도 한 때 아예 와인의 기원부터 알아 볼 요량으로 원서들을 구입하여 읽어 보기도 했는데, 와인을 잘 알기란 적어도 한국인으로서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우리 임직원들에게 다빈치 코드만큼이나 난해한 와인 라벨을 해독하기보다는 와인 가격으로부터 시작하는 가장 무난(?)한 와인 주문 요령을 조언하곤 한다.

“본인이 손님을 청한 경우에 와인 리스트를 절대로 손님에게 넘기지 말아라. 비록 상대가 서양 사람이어서 와인을 잘 알 거라고 하더라도 가격이 천차만별로 적혀 있는 와인 리스트를 보고 손님에게 와인을 고르라고 하는 것은 대단한 결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 물어보고 싶으면, 식사 메뉴가 정해진 후에 선호하는 와인이 레드와인인지 화이트와인인지 정도만 물어 보라. 물론 샴페인부터 시작해서 화이트, 레드 그리고 브랜디(꼬냑 또는 그라빠)까지 풀 코스를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것 마저도 물어볼 필요는 없다.

일단 와인은 어느 것이든지 다 맛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느 와인이 더 좋은 와인이냐? 당연히 더 비싼 와인이다. 하지만 비싼 것으로만 따지자면 한도 없기 때문에 매우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고서는 적절한 가격대에서 주문하면 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와인 수입국에서는 그 식당 가격 기준으로 4인이 주문한 식사 가격 총액에 근접하는 가격대의 와인을 주문하라. 미국, 프랑스 등 와인 생산국에서는 그 절반 가격대까지도 무난하다. 한 병당 가격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며, 8명이면 2병 주문할 생각을 하면 된다. 

산지 또는 품종에 대한 약간의 상식이 필요하긴 한데, 레드와인 기준으로 상대가 미국 손님이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이태리 손님이면 이태리 토스카나 산을, 프랑스 손님이면 당연히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주문하면 되고, 기타 국가의 손님들은 보편적으로 프랑스 와인이면 안전하다. 와인 생산국 사람들은 자국 와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남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주문한 자기네 와인에 굳이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 칠레를 비롯한 기타 지역은 Winery에 따른 편차로 조금은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본인이 선택한 와인에 자신을 갖고 그 맛을 칭송하라. 상기 셈법에 따른 가격대의 와인은 나름 충분히 진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와인은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금방 두 번 째 모금부터는 모두의 입술과 혀를 부드럽게 녹여내어 분위기를 단번에 훈훈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 음식과 대화를 즐기면서 회담의 핵심에 접근할 기회를 천천히 엿보시라.”

글쎄요, 올바른 조언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읽었던 “A Short History of Wine - Rod Phillips”의 서문에 인용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In October 1999, plans for a state visit to France by the president of Iran were abandoned because of a dispute over wine at a state dinner. Invoking Muslim law, the president declared that not only could he not drink wine, but he could not even sit at a table where wine was served. For their part, the French authorities declared that such a dinner without wine - French wine, of course - was unthinkable. The dinner was cancelled and, because protocol demands that a state visit must include a state banquet, the visit itself had to be downgraded from ‘state visit’ to ‘official visit’. (frompagexiii,Int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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