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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춘소고(晩春小考) / 조기행 SK건설 사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13-05-07 조회수 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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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휴일 늦은 벚꽃놀이라도 나서볼까 하다가 접고 말았다. 산과 들을 찾아 생동하는 봄기운에 한껏 몸을 맡기노라면 내 삶의 의욕도 새순처럼 파릇파릇 돋아날 법 했다. 그런 상춘(賞春)을 포기한 것은 며칠 전 식사자리에서 평소 알고 지내는 한 중견건설사 사장님이 무심코 건넨 말씀이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중견사들이 경기침체 상황을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던 것이다. 대형사들이라고 크게 나을 게 없다. 큰 회사 CEO들 역시 사업 수익성 악화와 리스크 매니지먼트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꽃놀이 좀 다녀왔다고 월요일 출근길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지 않았다. 내 머리를 맑게 해줄 만한 책 몇 권을 서재에서 뽑아들고 다실로 들어갔다. 지난 몇 년 즐겨온 보이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대책을 곰곰이 따져볼 요량으로.

나는 건설 전문경영인이 아니다. 30여년간 재무 전문가로 살아오다가 건설사 CEO로 옮겨온 것이 불과 2년 남짓 되었을 뿐이다. 밖에 있을 때 건설업 하면 엄지손가락부터 추켜세웠다. 경부고속도로로 건설입국 기치를 들었고, 중동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벌어온 오일머니가 한강의 기적을 일군 시드머니가 됐음을 모르는 기업인이 있을까. 들어와 경험해 보니 세계 속 한국건설의 위상은 더 대단했다. 석유화학·정유플랜트와 원전을 비롯한 발전플랜트, 각종 인프라 사업에다가 오일샌드·셰일가스 같은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까지 세계 각국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바야흐로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단계를 넘어 TSP(Total Solution Provider) 글로벌 Top Tier 컴퍼니로 발돋움중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 앞에 탄탄대로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련의 언론보도는 건설인들로 하여금 어깨를 떨구게 만든다. 단군이래 최대라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됐다. 2006년 시작된 사업이 6년여만에 물거품이 되면서 민간 투자자들이 떠안아야 할 손실액만 85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를 피해 의욕적으로 진출한 해외사업이 수익성 악화라는 ‘부실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PF부실로 인한 중견사 도산 소식이 끊일 줄 모른다. 무엇이 문제인가. 근본적 대책은 없을까. 건설 초심자의 눈으로 바라본 문제 해결책을 ‘경영 구루’들의 위대한 저서의 통찰을 빌어 찾아보자. 놀라운 것은 경영대가들이 제시한 조언들이 하나같이 혁신·혁명적이기보다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기본원칙에 충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 디테일의 힘 -왕중추-

볼트와 너트 하나까지 꼼꼼히 챙기는 설계로 유명했던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성공비결을 물을 때마다 “신(God)은 디테일에 있다”고 답하곤 했다. 서양속담은 거꾸로 “악마(Devil)는 디테일에 있다”고 이른다. 곧 ‘100-1=0’이 될 수도, ‘100+1=200’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 영국의 유명 베어링스은행은 28살 풋내기 투자가 닉 리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덮으려 파생금융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바람에 회사가 문을 닫고 말았다. 반대로 의류업체 폴로는 바느질을 할 때 1인치에 반드시 여덟 땀을 떠야한다는,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는 구워진 지 20분이 지난 고기는 햄버거에 사용할 수 없다는 ‘과학적 디테일 시스템’을 구축한 덕에 지금까지 세계 선도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물어볼 차례다. 혹시 한국 건설업계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프로포절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은 아닌 지,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디테일 역량이 아직까지 부족한 것은 아닌 지 말이다.

# 위대한 기업의 선택 -짐 콜린스-

기업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어떤 기업은 도태돼 문을 닫고 어떤 기업은 꿋꿋이 살아남아 위대한 기업으로 불린다. 짐 콜린스에 따르면, 위대한 기업들은 누가 뭐래도 △광적인 규율 △생산적 피해망상 △실증적 창의성을 고수한 공통점이 있었다. 광적인 규율은 엄청난 인내심으로 기준을 지키면서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는 ‘충분한 절제력’을 말한다. 인텔은 줄곧 ‘무어의 법칙’(직접회로의 밀도가 18개월에서 2년마다 2배가 된다는 이론)을 지켰다. 때론 가속 페달을 밟는 일도 가능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속도조절을 했던 것이다. 남극을 최초로 정복한 아문센이 악천후를 우려해 매일 20마일씩만 앞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명예회장은 ‘생산적 피해망상’ 환자였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편집증적 점검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현대 재무이론을 비웃으며 현금유보율을 높여 잡은 일화는 유명하다. 실증적 창의성은 이른바 ‘보정 대포쏘기’로 설명 가능하다. 망망대해에서 해적선을 만났다 치자. 급하다고 한번에 화약을 몽땅 털어넣어 대포를 쏘기보다, 화약을 조금씩 나눠 총을 여러 번 쏘고 난 뒤 적선이 사정권 내에 들어왔다고 판단될 때에야 비로소 대포를 쏴야 명중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어떤가. 우리는 일이 순조롭게 돌아간다고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며 앞만 보고 무작정 달려나간 기억은 없는가. 순간의 위기를 벗어나고자 수익성도 꼼꼼히 따지지 않고 허둥지둥 해외수주에 나선 일은 없는가.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따지는 편집증적 검증 시스템과 프랙티스를 갖추고 있는가.

# 리틀 빅씽 -톰 피터스-

성공 뒤에는 반드시 무엇인가 작지만 소중한 특별함이 숨어있다. 톰 피터스는 무엇보다 ‘기본으로 돌아가기’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기본을 망각한 채 파생금융상품이라는 ‘블랙스완’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곪아 터진 것이다. 깨진 유리창 한 개를 방치함으로써 주위가 순식간에 무법천지로 변할 수 있다고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경고한다. 불황을 헤쳐나가는 최고의 비법이란 것이 이처럼 평범할 수 있을까. 보통 때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라, 보통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라, 과거에 신경쓰지 못했던 사소함에 신경써라, 더 자발적으로 일해라는 식의 기본원칙들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러한 기본 원칙들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가? 되레 기본을 지키는 데 힘쓰기보다 과장을 짐짓 눈감은 죄로 주택부문 송사와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 든 일은 없는가.

우울한 이야기만 잔뜩 풀어놓은 것 같다. 혹여 우리가 지금 실패와 좌절을 겪고 있다면 그것을 밑거름 삼아 한 번 더 도약하면 될 터이다. 끝으로 책이 소개하고 있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희망차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마이클 조던 : “내 농구 인생에서 9000번 넘게 슛에 실패했고 300번 가량 게임에 졌습니다. 이처럼 내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성공한 이유입니다.”

마틴 루터 킹 : “어떤 사람에게 청소부라는 이름이 주어진다면 그는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셰익스피어가 글을 썼던 것처럼, 베토벤이 곡을 만들었던 것처럼 그렇게 거리를 쓸어야 합니다. 그 청소부가 그 거리를 너무나 열심히, 그리고 잘 쓸어서 하늘과 땅을 지나는 모든 천사가 그 길에 모여서 이 거리에 그토록 훌륭하게 자기 일을 하던 청소부가 살았다고 칭찬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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