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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슴도치와 여우 / 이상호 한미글로벌 사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15-07-02 조회수 3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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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형 인간이 좋은가, 여우형 인간이 좋은가? 이렇게 물으면 유달리 의리나 우직함을 숭상하는 한국인 내지 건설인 특유의 문화 탓인지, 아니면 저명한 경영학자 짐 콜린스의 책(Good to Great, 2001) 탓인지, 고슴도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 같다. 사실 여우라는 단어는 경멸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기도 하다.

고슴도치와 여우는 영국의 사상가 이사야 벌린이 쓴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은 톨스토이가 쓴 소설 전쟁과 평화에 관한 에세이인데, 지식인과 예술가를 두가지 극단적인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우는 사소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중요한 것 하나를 알고 있다고 한다. 여우는 관심이 사방팔방으로 뻗치는 산만한 존재인데 반해, 고슴도치는 복잡한 세계를, 모든 것을 한데 모아 단 하나의 체계적인 개념이나 기본원리 또는 개념으로 단순화하는 존재라고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짐 콜린스는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모두 고슴도치였다. 그들은 고슴도치 속성을 잘 활용하여 우리가 고슴도치 컨셉이라고 부르게 된 것을 자신의 회사에서 일관되게 추진했다면서 고슴도치를 추켜 세웠다. 과연 그럴까?

최근 미국에서 통계학과 미래예측의 수퍼스타로 평가받고 있는 네이트 실버(학자가 아니라 통계학지식을 도박이나 정치예측에 적용하여 크게 성공한 사람이다)는 상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Signal and Noise, 2012). 그는 특히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고슴도치형 전문가들이 한두가지 큰 문제에 집중하면서, 이론에 기반한 대담한 가설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엉터리 예측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고슴도치들은 자기반성이 없다. 운이 나빠서, 혹은 환경과 조건이 너무 달라서 그렇다고 발뺌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여우형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여러 가지 복잡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관찰과 경험에 기초하여 조심스럽게 예측하다 보니 훨씬 더 예측의 정확도가 높다. 자신의 예측이 틀릴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그에 따른 비난도 감수한다. 이런 식이다 보니 여우형 전문가들은 소신이나 일관성이 부족하다거나,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 지금부터 우리 문제를 보자. 여러분은 부동산시장의 미래예측을 누가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부동산전문가? 아니면 강남 아줌마? 우리 사회에도 고슴도치형 전문가들은 많다. 한쪽 극단의 고슴도치들은 지속적인 폭락론에 빠져 일관되게 집사면 망한다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또다른 극단의 고슴도치들은 지속적인 상승론을 주장한다. 이들은 집값이 떨어지면 곧 오를테니 사라, 집값이 오르면 앞으로 더 오를테니 사라고 한다. 늘 사야 할 때라고만 말하지, 팔라는 때는 없다. 설상가상이라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대체로 가방끈이 길다. 석사나 박사학위 없는 사람들이 드물다. 그러다 보니 전문용어와 수식으로 버무려진 복잡한 보고서를 통해 “10년 주기설이니 〇〇모델이니 하는 것들을 내세우면서 지금까지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흘러왔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예측하려는 경우가 많다. 정교하고 복잡한 모델일수록 과거를 그 모델에 끼워 맞춰 잘 설명해 보고자 한 것이지, 미래를 잘 예측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인구구조든, 금리든, LTVDTI같은 금융규제든, 한두가지 변수만 갖고 부동산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명하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오만가지변수 가운데 한두가지만으로 과거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반면에 강남 아줌마들을 보자. 아침이면 아파트단지내 주민센터에서 동네 아줌마들끼리 모여 운동하고, 삼삼오오 몰려 다니면서 수다를 떤다. 그 과정에서 카더라는 유비통신을 포함하여 날마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점심을 핑계로 현장답사도 한다. 자기 이야기는 숨기면서 남의 이야기를 즐겨 듣고, 자기 생각과 비교해 보고, 현장 방문하느라 발품파는 생활을 몇 년씩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장전문가반열에 오른다. 강남 아줌마들은 책이나 논문, 계량경제학 모델에 관심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관심이 있고,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 늘 옆집 아줌마의 투자성공 사례에 배아파하면서 자신의 투자전략을 가다듬는다. 이 집은 이런 이유로, 저 집은 저런 이유로 투자가치가 있다는 식의 분석도 잘한다(물론 항상 옳지는 않다). 한마디로 여우형아닌가?

건설업체의 당면과제를 보자. 현재 우리 건설업체들은 주택사업 외에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사업부문이 거의 없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주택사업 비중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 주택시장 호황이 얼마나 이어질 것인가? 지금은 메르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메르스가 종식된 뒤에는 회복될 것인가? 금년 하반기에는 미국 FRB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어떻게 될까? 우리 주택시장에는 별 영향 없을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나 중국 주식시장의 버블 붕괴시 우리 건설이나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우리 앞에는 이처럼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알려진 불확실성(Known Unknwon)’이다. ‘알려진 불확실성은 알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나름대로 대비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Unkwon Unkwon)’이 더 큰 문제다. 불확실성의 정도가 높을수록 우리는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할 것인가? 고슴도치처럼 고집스럽게 한두가지 중요한 것만 보고 일관되게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여우처럼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속적으로 정보수집해 가면서 상황적응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산에 비가 오려하니 바람이 누각에 가득하다(山雨欲來風滿樓)”.... 이 싯구는 중국에서 작년 1월에 발간된 쑹홍빈의 화폐전쟁5중국어판 부제다. 지금의 글로벌 경제나 한국경제 및 건설/부동산시장의 상황이 그렇다. 여러분 회사는 고슴도치형으로 대응할 것인가, 여우형으로 대응할 것인가? 여러분은 고슴도치인가, 여우인가? 적어도 미래 예측리스크 관리영역에서만큼은 여우를 본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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