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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답은 우물 밖에 있다 - 건설산업 재탄생의 두 가지 키워드 /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18-02-06 조회수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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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은 지난 70여 년간 국가 발전의 견인차로서 괄목할 성장을 해왔으며, 지난 한해도 주택경기의 호황으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건설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공과 민간의 차이는 있지만 최악의 구조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건설업은 수요에 따른 계절적 영향이 큰데다가 동절기, 장마철 등 작업가능일수도 작아서 고정적으로 사람이나 장비를 모아두는 데는 제약이 많으므로 더 신중한 관리가 필요한 산업임에도 이러한 산업적 특성에 대한 고려나 대비는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는 근본 원인을 제도와 산업이 도리어 건설산업의 이러한 약점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변해간 결과로 진단하고자 한다.

산업의 기초가 되는 기능인력의 경우는 외국인근로자가 없으면 공사를 수행하기 어려우며, 마감공사의 경우는 더욱 인력난이 심각한데, 내국인 신규인력의 유입은 갈수록 어려워져 얼마 남지 않은 고령근로자마저 은퇴하면 산업의 기반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 공공부문의 누적된 실적공사비와 최저가 낙찰제, 총사업비관리제도 등 불합리한 제도의 마지막 재물인 협력업체의 경우도 부족한 공사비로 인한 타절과 도산으로 역량있는 전문건설업체가 사라지고 있다. 설계와 엔지니어링 분야 기술자도 저임금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으며, 감리 기술자의 경우도 대다수가 저임금의 일회용 계약직 신분으로 언제 재택근무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강화된 부실 벌점으로 처벌을 받으면 재취업까지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다. 종합건설업체의 경우도 최고의 사회적 불안요인인 계약직이 더 많으며, 이중 안전의 파수꾼으로 책임감이 요구되는 안전관리자의 정규직 비율은 평균적으로 3할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합건설업체의 정규직조차 기술자가 아닌 예산만 관리하는 공무원 역할로 기울어 기술력의 퇴보가 우려되고 있으며, 건설기업의 상급기술자들은 기술영업이라는 미명아래 기술력 향상보다는 관행적인 관계 맺기에 몰두하고 있다.

건설산업은 감리제도, 시특법 등을 발주자가 배제된 잘못된 책임체제를 전제로 도입함으로써 산업이 취약해졌으나,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 감리제도는 발주자의 횡포와 갑질에 면죄부를 주는 도구로 활용되었으며, 시특법도 발주자나 관리주체의 책임을 희석시켜, 재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하수인의 독려에만 매진하였기 때문이다. 이후의 제도개선은 소위 경로의존 효과라 불리는 과거의 틀에 갇혀, 이러한 근본적인 오류는 바로잡지 못한 채, 하수급인만 닦달하는 접근방법으로 일관하여 왔다. 실제로 국가의 재정집행기조인 총사업비관리, 최저가낙찰, 실적공사비 등이 비합리적 제도가 누적적·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산업의 기반을 지속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어왔으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였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제도의 최종피해자는 협력업체와 협력업체의 근로자 즉, 국민과 일반 가계로서, 결과적으로 국가의 사명이 국민의 복지에 있음에도 양 중심의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으로 국가가 서민의 삶을 궁핍하게 하는 착취적 경제구조의 강화에 앞장선 꼴이 되고 말았다. 전문적인 연구에 의하면 예산절감분은 결국은 최종공사비에 거의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음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불합리한 제도로부터 비롯된 구조적 문제는 건설업의 이면질서가 된 불공정 관행을 지속시킨다. 사회는 두 가지 질서로 움직이는데, 하나는 눈에 보이는 공식적 표면질서이며,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공식적 이면질서이다. 당연히 둘 사이의 거리가 좁을수록 신뢰할 수 있는 산업이고 사회이다. 작년에 건설경제에 시리즈로 보도된 바와 같이, 건설업은 짝퉁 자격증, 안전무시(불감), 담함, 갑질, 검은 돈 등 속칭 5대 암으로 불리는 중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하였는데, 이는 건설업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건설업에서는 물적 손실은 고사하고라도 매년 사망자수만 천여 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절반은 현장에서 예방이 가능한 사고성 사망자로서, 건설업은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의 연이은 크레인 사고, 화재, 붕괴사고 등도 이러한 잘못된 제도의 누적적 운영의 결과로서, 관련 법령은 늘었으나 시설물의 질은 이전보다 못해졌으며, 건설산업의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그 근원에는 건설상품의 품질은 궁극적으로 건설근로자의 손끝에서 나오는데, 작금의 현실에서 보듯이 건설업은 이제까지 각자도생에 급급하여 건설기능인력을 일의 수단으로만 취급하여 제대로 대우하고 보호하고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없는 실정인데, 과연 우리 건설업이 이대로 계속 갈 수 있을 것인?

건설업도 부지불식간에 세월호 사고에서 회자되었던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산업이 되었다. 건설업 종사자 중에 과연 행복한 사람이 누가 있는가? 누구를 위한 건설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아무리 무한경쟁의 시대라지만 건설인들도 스스로 건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이다. 국가도 근시안에서 벗어나 국가의 정책이나 제도가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마지막까지 살필 수 있어야 하며, 건설산업도 화려한 양적 성장을 넘어서 과연 얼마나 종사자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질적 성장을 했는지 돌아볼 때이다. 드러거 교수에 의하면 경영의 첫 번째 원칙은 누구의 책임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한다.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숱하게 많은 제도와 정책을 쏟아내며 부실공사와 건설사고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있어왔으나, 결과는 악순환의 강화로 최악의 구조적 위기에 이르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건설업을 바로세우기 위한 이제까지의 노력이나 제도로 성공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두 가지 시도라도 성공했다면 오늘의 상황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단견으로는 이제까지 간과된 것은 안전이 다른 세 공사관리 분야와의 차이점으로서, 이제까지 건설관련 제도가 실효성이 없었던 근본원인은 건설관련 법령과 산안법에서 건설사업에서 최고의사결정권자인 발주자를 제외시킨 책임체제를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이면질서의 영향을 논외로 한다면, 비즈니스의 성공은 상대보다 더 나은 제품(품질)을 더 빠르게(공정), 더 싸게(원가), 손실 없이(안전) 제공하는 것이다. 돈의 향기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이나 경제주체는 극히 드물며, 자본주의하에서 경제적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품질, 공정, 원가는 경제주체의 몫으로서 어떠한 제도로도 실질적으로 규제될 수 없으며, 기존의 노력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절대가치이자 사회적 가치인 안전만이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경제적 과욕을 자제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 건설산업을 바로세울 수 있는 유일한 키워드는 이제까지 책임체제에서 배제되었던 발주자도 의사결정권한에 따라 안전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바로잡지 못한 질서와 부정적 관행은 민간부문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건설업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치권과 함께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의 대표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산업이 이면질서에 지배되는 산업임을 의미한다. 건설산업의 이면질서의 이면에는 책임은 없으면서 속칭 갑질을 하는 발주자가 있으며, 그 위에는 부지불식간에 의 대부역이 된 재정부처가 자리잡고 있다. 기존의 건설산업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은 이 두 집단이 바로세우기를 실패한데서 비롯된 것임에도 하수인에 불과한 시공사, 그 안에서도 불리한 직무수행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건설기술자만 처벌하는데 급급해왔다. 원가절감을 위한 비정규직 채용, 인력 절감 등은 경영자의 방침과 재량으로서, 부적절한 업무 수행 여건 하에 발주,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실무에 종사하는 건설기술자들에게 부실이나 사고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며 벌칙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발주자는 수급인에게 공사비, 공기 등 적정한 공사조건을 제공해야 하며, 건설업은 고객인 발주자에게 투명해져야 하는데, 이는 건설기업 경영자 공동의 역할이 되어야한다고 본다.

다행히 20여년에 걸친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에, 새 정부 들어서 건설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작년 73일 제50회 산업안전보건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영상 메시지로 발주자에게 안전책무 부여를 천명한 것이며, 후속 대책으로 817일 총리실에서 6개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중대산업사고 예방 대책으로 관련 부처에서 연내 법령의 개정안을 마련하여 금년 중에 시행한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기존의 건설정책과 제도에서 금기시하고 회피해왔던 발주자의 안전 책무 부여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제 설계자, 감리자, CM, 원하도급 시공사는 사회적 책무를 넘어 자신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도 발주자의 안전책무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이다.

경영학에서도 탁월한 조직과 성과에 대한 정의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건강한 조직, 안전문화가 있는 조직이 탁월한 성과를 내기에 조직문화 자체를 바로 성과로 정의하고 있으며, 건강한 조직문화의 핵심에는 안전문화가 있다. 9·11사태에서도 3천여 명의 직원을 모두 대피시켰던 스탠리 모건릭 레스콜라라는 안전참모와 품질·인사관리·이익창출 등 경영개선이 아니라 근로자의 안전에 올인하여 나쁜 습관 하나고치기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위기의 알코아(Alcoa)’5배 이상 성장시킨 최고경영자 폴 오닐을 주목할 때다. S&P(Standard and Poors)에서 13년 동안 기업안전지수(safe company index)’를 통해 기업의 안전문화와 시장에서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안전 리더십이 있는 기업은 약 333%의 이익을 창출하였으나, 우량기업이라 할 수 있는 S&P 500 기업은 105%의 이익만을 내, 안전투자가 시장에서 탁월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제 건설산업을 질곡으로 몰아넣은 하수급자인 시공자나 건설기술자 중심의 불합리한 안전책임체제가 발주자를 정점으로 한 합리적인 책임체제로 시정되어가고 있다. 건설기업의 경영자는 안전부터 바로 세워야, 구성원은 안심하고 일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내고 발주자의 선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안전은 극도로 취약해진 건설산업의 인프라를 회복하고 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로잡아 건설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이제 건설기업과 경영자들도 우리가 건설을 왜하는지, 진정한 건설산업진흥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고 근로자를 포함한 건설인 모두가 행복한 건설, 상생의 건설, 정의로운 건설, 존경받는 건설, 지속성장이 가능한 건설로 거듭날 기회이다. 외람되지만 우리 건설인 모두에게 묻고자 한다. 당신이 현업에서 은퇴했을 때 건설인으로서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기기를 원하는가?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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