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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래, 글로벌, 그리고 경쟁력 /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18-09-06 조회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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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부문에서 오랫동안 인사전문가로 일하다가 정부의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지낸 분이 퇴임후 쓴 회고록을 본 적이 있다. 그 분은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우리 공무원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세가지 단어가 미래, 세계, 경쟁력이었다고 한다. 답답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원인을 공무원 개개인의 자질이나 성향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정치권의 영향이 가장 크고, 우리 정부나 사회의 구조적인 요인들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박근혜정부때 임명되었던 초대 인사혁신처장의 지적이 문재인정부에서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적폐청산을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꼽아서인지 미래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어 보인다. 경제정책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건설정책도 그런 것 같다. 그나마 금년 8월에 문재인대통령이 도서관, 체육시설, 교육시설, 문화시설 등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밀착형 생활 SOC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이 축소일변도의 SOC 예산정책 방향을 바뀌나 하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 실망감을 주는 단서도 붙었다. “(생활 SOC) 과거 방식의 토목 SOC와 다르다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목 SOC콘크리트에 대한 투자사람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이미 대선과정에서도 여러차례 들었다. 수도권 주민들의 출퇴근을 용이하게 해주는 생활권 도로는 토목 SOC가 틀림없지만, 이런 생활권 도로가 왜 생활 SOC’가 아니고 사람에 대한 투자가 아닌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토목, 건설, SOC, 인프라.... 등과 같은 단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과거가 발목을 잡고 있는 면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4대강 트라우마라고 본다. 문재인정부 이전에도 세차례나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또한번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아직도 4대강 사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평가는 결론이 나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목투자를 늘리자, SOC 투자를 늘리자고 하면 거의 언제나 4대강 사업을 언급하면서 콘크리트에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과거에 과도한 정치적 압력으로 잘못 착수한 지방도로, 지방공항, 민간투자사업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에는 아직 인프라가 충분하니 더 이상의 투자가 필요없다는 사람도 꽤 있다. 인프라 스톡을 논할 때도 비교의 잣대를 과거에 둔다. 도로 연장이 2030년전에 비해서 얼마나 늘었느냐는 식이다. 미래의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보다 과거의 인프라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잘못된 의사결정에 따른 것인지, 경제적으로 얼마나 비효율적인 것인지, 기술적으로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를 입증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인프라 수준을 선진국 수준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선진국이 인프라 투자를 어떻게 하고 있는 지는 별로 연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선진국 중에서도 주로 일본을 언급하면서,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일본이 아베노믹스 이후 건설투자를 얼마나 늘렸고, 그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논하는 것도 아니다. 주로 1990년대에 일본이 얼마나 건설투자를 잘못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충분하다는 인프라 스톡의 국제비교도 문제다. 국토면적당 도로 연장을 기준으로 하면 OECD국가의 상위권이다. 분모인 국토면적이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밀도를 반영한 국토계수당 기준으로는 하위권에 속한다. 어떤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세계 1, 2위의 인프라 경쟁력을 가진 나라들이 지금도 계속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언급하지 않는다.

탈원전정책은 추진하되 해외로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국내 SOC 예산은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해외건설은 활성화하겠다는 것도 모순이다. 토목 SOC는 국내 공공부문에서 발주가 되지 않으면 해외 입찰에 필요한 실적을 쌓을 수가 없다. 또한 해외건설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리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야 한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인지 우리 건설정책에는 경쟁력이나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논의도 별로 없다. 영국은 인프라사업청(IPA)에서, 싱가포르는 건설사업청(BCA)에서 생산성 향상 프로그램을 주도한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전세계적으로 디지털화 수준이 뒤처진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설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맥킨지의 평가다. 이처럼 낮은 생산성을 가진 우리 건설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다. 해외건설 활성화를 아무리 외쳐도 성과가 미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 방향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생산성 주도성장, 투자 주도성장, 기업 주도성장, 혁신성장이 제대로 된 성장정책 방향이다. 건설정책에서도 근로자 복지향상만으로는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에서 미래로, 국내에서 글로벌로, 적폐청산이나 복지향상에서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로 정책방향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 글로벌, 그리고 경쟁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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